'직무정지' 임영록, KB지주 이사회 '배임' 부담
입력 2014.09.15 09:00|수정 2014.09.15 09:00
    "직무정지에도 조치 없으면 지주 이사회 배임될수도"
    직무정지 기간 금융당국 관리…경영공백은 불가피
    • [09월12일 18:5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이제 공은 KB금융지주 이사회로 넘어갔다. 금융위원회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징계수위를 문책경고에서 직무정지 수준으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지주 이사회의 대응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임 회장이 직무상 감독업무 등 태만에 중과실이 인정된다"며 "KB금융그룹의 경영건전성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3개월 조치가 내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임 회장이 국민은행의 중차대한 사업인 주전산기 교체에 대해 직무상 감독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지주의 직속 임원이 은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은행 이사회 보고자료 등이 허위로 작성됐다고 인정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의결 직후 "이른 시일 내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지주 이사회가 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다. 이전의 징계 예상 수위였던 문책경고만으로는 이사회가 회장의 퇴진을 주장하기 어려울거라는 평이 주였다. 징계 수위가 직무정지로 높아지며 이제는 이사회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이사회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이사회는 업무 배임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의 입장은 '자진 사퇴는 없다'에 방점이 찍혀있다. 임 회장은 이날 소명을 마친 직후 "법적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며 "임원들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서도 "오늘 금융위에서 내려진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임 회장이 이번 징계에 대해 한 달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한다면 금감원장의 판단 하에 제재심의를 다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과 금융위가 한 차례씩 징계 수위를 높이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재심으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의 신청 기간 중에도 3개월의 직무정지는 그대로 적용된다.

      만약 소송으로 간다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제재 효력과 관련에 집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다면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된다. 정식 소송으로 간다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2~3년이 소요될 수 있다. 지난 2009년 1월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중징계 결정에 불복한 소송에서 3년 만에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남은 임기 2년을 버티기로 자리를 지키는 방식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기 전에 지주 이사회에서 임 회장의 퇴진을 압박한다면 생각보다 싱겁게 마무리가 날 수도 있다. 다만 이사회 구성원이 임영록 회장에 호의적이라는 평이 많아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어떻게되든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의 경영 공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일단 금융위와 금감원은 KB금융의 경영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부위원장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을 구축하고 지주와 은행에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한다. 감독관은 금융사고 및 전산 등을 관리하는 지위로, 직무정지 기간동안 의사결정 등 경영 공백은 불가피하다.

      당장 은행 행장 선출부터가 문제다. 국민은행의 차기 행장은 지주 이사회에서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구성해 선출하게 된다. 이후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 사외이사 2명 등 총 3명으로 이루어진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하게 된다.

      임 회장이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데다, CEO리스크가 대두한 상황에서 임 회장이 행장 임명에 나설 경우 금융당국과 은행 노동조합 등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