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빌딩 가치 상승, 임차인 확보 전략이 좌우한다"
입력 2014.09.16 08:25|수정 2014.09.16 08:25
    [오피스빌딩 임차시장 분석] 세빌스코리아 임대차전문가 5인의 분석
    "서울파이낸스센터vs구로G밸리, 임차 전략 접근이 다르다"
    "서울역 주변 높은 공실률, 주변 이미지 영향 무시 못해"
    여의도 IFC 임차 전략 "임차인 확보 여의도 내에서 외부로 이동…성공적"
    경력 5년 이상 임대차 전문인력 50명 내외…인력 부족
    • [09월14일 08: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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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차례로)이승한 상무, 노왕섭 팀장, 나경원 팀장, 현해진 팀장, 김헌준 팀장

      [론스타가 스타타워를 매각할 당시 공실률은 50% 정도였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지난 10여년간, 공실률이 높아도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건물들은 비싼 값에 팔렸다. 최근 대형 오피스빌딩 매매를 결정짓는 변수는 '공실률 또는 임차인'이다. 오피스빌딩 투자의 패러다임이 시세차익에서 배당 수익형으로 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곧 '일단 임차인을 확보하자'에서 '전략적인 임차인 확보, 오피스빌딩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임차인 확보'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베스트조선은 서울 주요 지역의 임차 전략 성공사례와 향후 전망을 분석했다.]

      "임대차 관리 시장의 핵심 요소 가운데 첫째는 위치, 두번째는 경기, 세번째는 소유형태이다"

      세빌스코리아에서 국내 주요 오피스빌딩의 임대차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승한 상무는 "빌딩의 조건에 따라 차별화된 임대차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 같은 얘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사례로 들어가보니, 임차 전략과 실행, 그리고 결과값이 건물 가치로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파이낸스센터(SFC)가 대표적이다. 서울 광화문 중심지역, 임대인 우위, 싱가포르투자청의 장기 투자 계획이 맞아떨어졌다. 이 상무는 "SFC는 외국 금융사 빌딩이라는 전략적 테마를 짜고, 우량한 국내 대기업의 임차 요청도 거절했다"며 "그 결과 SFC는 현재 '외국 금융회사 빌딩'이라는 고급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SFC의 공실률은 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SFC이기에 가능하며 다른 곳에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베스트조선은 세빌스코리아의 임대차 전문가 5명에게 임대차 전략과 향후 오피스빌딩 공실 전망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강남지역(GBD)은 파르나스타워와 잠실롯데타워 준공이 기존 오피스 빌딩의 임차인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꼽았다. 광화문·을지로 지역은 B급 건물 임차인들의 프라임급 오피스로의 이동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여의도의 IFC 건물의 임차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이번 좌담회에는 세빌스코리아의 이승한 상무, 노왕섭 개발영업팀장, 나경원 임대마케팅 1 팀장, 현해진 임대마케팅 2팀장, 김헌준 임대마케팅 3팀장이 참여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 임차 전략의 핵심은

      이승한 상무: 부동산 임대차 관리의 세가지 중 첫째는 위치다. 건물의 입지를 말하다. 다음은 경기, 임차인과 임대인 중 누구 우위의 시장인지이다. 마지막으로 소유형태다. 소유 주체에 따른 건물 소유 기간을 파악해야 한다. 각 조건에 따라 임대차 전략을 짜야 한다.

      시행사가 분양하는 경우는 빨리 파는 데 중점을 둬야 하지만 자금력 충분한 펀드가 매입한다면 전략이 달라진다. 싱가포르국부펀드(GIC)가 매입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가 대표적이다. 공실률 안정화를 위해선 80~90% 이상 임차인을 확보해야 한다. SFC는 2년 걸렸다. 더 빨리 채울 수 있었지만 GIC를 배경으로 외국계 금융사를 위한 빌딩이라는 전략적 '테마'를 짰다.

      이 같은 전략은 SFC이기에 가능했다. 서울 구로·신도림에 있는 G밸리는 펀드 만료 기간이 5년 정도, 위치는 서브마켓(sub-market)이다. 주변 임대료 시세가 3만원대인데, G밸리는 6만원 이상 받게 되면 임차인 구성을 다양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반대로 이 곳은 CJ E&M이라는 앵커테넌트(주요 임차인)와 장기계약을 통해 3만6300㎡를 채웠다.

      - 임차료 즉 ‘가격’이 임차인 확보에 미치는 영향은

      이승한: 임차인마다 선호가 다르다. 가격이 싸다고 입주하지 않는다. 임차는 기업 입장에선 투자가 아니라 비용지출이다. 접근성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도 들어간다. 자신의 건물처럼 빌딩명에 기업명을 붙여주는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영업사원이 많다면 주차를 중요시하기도 한다.

      - 가격이 결정 변수가 아니라면, 한번 지어진 빌딩은 구조 변경이 쉽지 않다.

      이승한: 오피스빌딩마다 강점이 있다. 강점이 없다면 건물주에게 서비스를 강화를 제안한다. 사실 건물의 물리적인 부분을 고민하다가 세빌스코리아는 개발 컨설팅 부서를 만들었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개발 컨설팅을 해 준다.

      - 서울 주요 지역별로 한번 임대차 동향 분석을 해보자. 광화문·을지로 지역은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

      이승한: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이었다. 입주 기업의 면면을 보면 오래도록 버텨온, 체력이 강한 회사가 많다. 일시적으로 신규 공급 때문에 공실률이 높아졌었지만, 장기적으론 공급 리스크는 해소된다. 몇 년 안에 최고 선호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라고 하면 강남에 해당하는 게 도심이다.

      김헌준 임대마케팅3팀장: 현재 서울 주요 지역의 공실률이 높은데, 서브마켓에 있는 임차인들이 서울 주요권역의 오피스빌딩에 입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도 볼 수 있다.

      - 광화문·을지로에서 이어지는 서울역 주변은 여전히 공실률이 높다.

      나경원 임대마케팅1팀장: STX나 벽산 등 임차기업들이 우량하지 않았고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노숙자 증가로 서울역 주변의 이미지가 나빠진 점도 임차 결정에 영향을 줬다. 지금은 환경개선과 신규 빌딩 공급으로 많이 개선됐다.

      이승한: 서울역 주변은 과거부터 돈을 많이 버는 곳보다 중간정도 수익을 내는 기업이 임차한 곳이다. 갑자기 빌딩을 들어서고 환경을 개선하면서 가격을 광화문처럼 받으려고 하니 임차인이 안 들어간다. 중요한 건 서울역이 용산쪽으로 나아가면서 개발되고 있는데, 아직은 성과가 별로 없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

      - 강남권역은 판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또 공실률 상승 위험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해결방안은 없나.

      현해진 임대마케팅2팀장: 강남은 계획된 IT벤처로 시작해서 90년대 초중반부터 테헤란로에 형성됐다. 제일 큰 단점은 대기업군이 없다는 점이다. IT, 제조, 금융사 등이 자리를 잡고 2000년도 초반 강남파이낸스센터(GFC)가 랜드마크로 들어오면서 외국계 회사들이 강남에 자리를 잡으면서 강남의 매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강남역 주변의 대형빌딩들에 좋은 임차인이 들어갔다.

      그러나 강북이 언론·금융회사, 기업 본사와 정부 기관이 있는 곳이란 인식이 형성돼 있지만 강남은 장기 임차하는 지역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최근 강남에 있는 대기업들이 두가지 요인 때문에 오피스빌딩 매각에 나서고 있다. 우선 강남 지역에 신규공급이 없어 기존 빌딩의 주변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르네상스호텔, 한전부지 등 시간이 좀 걸리는 곳들이다. 다음은 강남 주변의 공급으로 기업들이 이탈하고 있다. 롯데타워의 잠실 공급은 강남지역 임차 수요의 잠실 이전을 가져올 수 있다. IT 업체는 판교로 이전하고, 제조업체 경우도 잘 되면 해외 진출하거나, 구로 지역으로 이전한다. 현재 강남에서 2004년에 준공된 GFC가 가장 좋은 건물이다. GFC 임차인들은 다른 권역의 새로운 건물로 이동할 수 있다.

      이승한: 강남지역이 주요 권역과 서브마켓에 임차인 안 뺏기려면, 신축이 안 되니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밖에 없다. 재건축은 쉽지 않으니 리모델링으로 건물 자체의 질을 올려야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경쟁 지역들은 발전하고 있다. 강남은 자발적으로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 다른 권역은 임차인이 바뀌는 시간이 평균 2~3년인데 반해 강남은 6개월~1년 단위로 임차인이 바뀐다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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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권역과 서브마켓의 흐름을 설명하는 이승한 상무

      -여의도는 지역성이 강한 곳이다. 동여의도와 서여의도의 차이가 크다.

      나경원 임대마케팅1팀장: 가격 자체가 다르다. 동여의도는 임대료가 7만원대, 서여의도는 4만원선이다. 서여의도쪽 국회의사당역이 생기기 전엔 교통이 더 불편했다. 건물이 낮고 오래된 점이 가격에 반영됐다. 서여의도는 여의도에 있고 싶지만 비용 지출 제약이 있는 곳들이 찾고 있다.

      노왕섭 개발영업팀장: 서여의도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가 있을 법도 하지만 지가에 비해 용적률이 낮아서 개발을 등한시하는 측면이 있다.

      이승한: 여의도 증권가는 카드사태 이후에 임대인 우위 시장일 때도 몇 년간 고생했는데 임차인이 증권사라는 일변된 수요 예측 때문이었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차인 다변화를 해야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때마침 전경련회관과 국제금융센터(IFC)가 신축되면서 임차인 다변화를 이끈 측면이 있다.

      - 국제금융지구 표방하는 여의도 IFC의 임차 전략은 어떻게 봐야하는가.

      이승한: 국제금융지구라는 테마를 가져가기엔 3개동이 50만㎡가 넘는 규모로 너무 크다. IFC의 전략이라면 기간을 두고 한 동씩 임대차 거래 시장에 내놨다는 점과 명목임대료가 높은 대신 무료임대(rent free)를 준 것이다. IFC One은 여의도 내에서 반 이상 채웠고, 나머지는 도심과 강남에서 유치했다. 이 전략은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 판교, 구로, 상암 등 서브마켓이라고 하는 곳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승한: 서브마켓은 뭉쳐서 간다. 인근 시장끼리 시너지가 나는 면도 있다. 여의도 서브마켓은 영등포와 구로 지역으로 흘러가며 점점 가격이 낮아지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가격을 여의도만큼 받겠다고 하면 당연히 힘들다. 메인과 서브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

      상암은 주요권역에서 떨어져 있어서 힘들다. 서브마켓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인근 지역에서 임차인들이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상암은 투자할 때 빌딩의 적정 규모나 투자금액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 앞으로 임대차마케팅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현황은?

      이승한 : 세빌스코리아의 팀장 4명 경력이 각각 15년 정도이다. 이 정도 경력을 가진 인력은 국내 시장에서 10명 이내다. 5년 이상 경력자도 따져보면 50명이 채 안 된다. 임대차 컨설팅·마케팅 인력이 부족하다.

      선진국은 이미 50년, 100년 이상 부동산업을 해오면서 컨설팅과 마케팅 업무도 발달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나라 업계에서 앞으로 이쪽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