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체제 현대중공업, '사업·재무' 두마리 토끼 다 잡을까
입력 2014.09.24 08:30|수정 2014.09.24 08:30
    최길선 총괄회장·권오갑 사장 투톱 체제 운영
    조선업계 "CEO 교체 불구 조선업 전반 문제라 해결 쉽지 않아"
    • [09월23일 10:5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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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길선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총괄회장(좌)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우)(출처=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최길선 총괄회장과 권오갑 사장의 투톱 체제를 가동했다. 이번 인사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쇄신을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이 사업을, 권 사장이 살림살이를 챙겨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의 실적 부진이 상선시황 부진·해양플랜트 설계 기술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인만큼 인사만으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에는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총괄회장을 임명하고, 이달에는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임명했다. 더불어 현대오일뱅크에서 현대중공업 출신 재무통·기획통 임원들도 돌아왔다.

      이번 인사는 현재 당면한 위기 극복차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위기의 구원투수로 오랜 기간 현대중공업에서 신망이 높은 인사들을 다시 영입한 것이다.

      최 회장은 현대그룹에서 '건설의 이명박' '조선의 최길선'이라고 불릴 만큼 그룹 내 명망이 높다. 그룹에서 비조선업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사장을 두루 역임했다. 세계최초의 선박 육상 건조방식을 고안해 낸 인물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 회장은 아이디어가 좋고, 조선업 전반을 두루두루 경험한 만큼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깊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살림꾼이다. 조직원 하나하나를 챙겨 그룹 내 신망이 높다. 또한 경영자로서 수완도 인정받았다.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있으면서, 4개 정유사 중 3년 연속 영업이익률 1위를 달성했다. 정유업 부진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했다는 평가다.

      권 사장과 함께 현대오일뱅크에서 발탁된 임원 3인방도 화제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긴 조영철 전무는 현대오일뱅크에서 재무책임자(CFO)로 재직했다. 금석호 상무는 현대오일뱅크에서 홍보팀장을, 송명준 상무는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이들 모두 현대오일뱅크에서 권 사장을 보좌했던 인물이다. 회사의 지원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이 권 사장과 함께 자리를 옮기면서 현대중공업의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챙길 것으로 기대된다.

    • 일단 이번 인사에 대해선 긍정적이란 평가가 많다. 비록 실적 악화 이후에 단행된 뒤늦은 인사라는 지적에도 내부 살림살이 및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적격인 인물이 뽑혔다는 평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 회장과 권 사장 모두 조선업계에서 신망이 높아, 그룹의 어려움 극복을 위한 인사로는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그룹 안팎의 기대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의 노사문제가 현재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파업 경영 중이다. 그러나 올해엔 수차례의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도 아직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 간의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며 “다만 이전에도 노조가 파업에 찬성한 이후에도 실제 파업에는 돌입하지 않은 사례가 있어 실질적으로 파업에 들어가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떨어진 기업 신용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8일 현대중공업의 기업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 선박대금을 건조 후반부에 받는 조선업의 특성상 신용등급 하락은 조선사의 외부차입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현대중공업으로선 비용 절감을 위해 신용등급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인사에도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회의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주원인인 상선 시황 부진과 플랜트 사업 손실은 조선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문제는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닌 조선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라서, CEO가 바뀐다고 해서 당장 뾰족한 방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