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절반 사라질 기아차, 무차입 기조는 여기까지?
입력 2014.09.25 08:30|수정 2014.09.25 08:30
    보유현금 6조가량…한전부지 매입부담 3조
    "멕시코 공장 투자 등으로 재무부담 다소 커질 듯"
    • [09월23일 11:0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 부지 매입으로 기아자동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부지 매입금으로 보유 현금의 절반가량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공장 건설에 한전 부지 매입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유지해 온 무차입 기조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 매입에 10조5500억원을 적어 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회사 측은 아직 각사별 부담 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순서대로 '5:3:2'의 비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전 부지 인수는 현대차그룹의 재무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 입장에선 사실 큰 부담이 없다. 보유한 현금성자산만 25조원으로 부담은 5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기아차다. 올 상반기 개별 기준 기아차의 현금성자산은 6조원에 못 미친다. 그렇다면 보유 현금의 절반을 부지 매입대금으로 내놔야 하는 실정이다.

    • 기아차는 멕시코에 10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연산 30만대 생산 규모로 올 9월말 착공에 들어가 2016년부터 차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투자 규모 중 절반은 미국 조지아법인 출자나 현지 차입으로 이뤄지고, 나머지 절반은 기아차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해도 기아차에 큰 부담은 없었다. 기아차의 순현금보유액과 견조한 영업현금흐름을 감안하면 공장 건설을 위해 필요한 Capex(시설투자)는 재무레버리지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주를 이뤘다. 오히려 해외 생산력 확보로 국내의 높은 설비가동률과 환율변동에 대한 취약성이 완화돼 신용도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순차적으로 진행되겠지만 멕시코 공장 건설과 한전 부지 매입 등 3조5000억원가량의 자금 소요가 있다. 이를 제외하면 기아차의 보유현금은 2조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기아차는 2011년 11월 3000억원 회사채 발행 이후 3년째 대규모 외부차입을 안하고 있다. 최근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순상환하는 등 무차입 기조를 유지해왔다. 시장에선 기아차가 한전 부지 매입으로 무차입 기조를 깨고 외부 차입을 다시 시작할 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아차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유동성 부족의 어려움을 겪었다. 올 상반기 들어서 기아차는 보유 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구조를 달성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한전 부지 매입 부담으로 기아차 내부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안이긴 하지만, 막 순현금구조를 달성했는데 또다시 대규모 현금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비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됨으로써 역차별 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다만 당장 기아차의 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국제 신평업계의 평가다.

      크리스 박 무디스 부사장 겸 수석애널리스트는 "기아차의 재무부담이 커졌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신용등급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보유 현금이 많이 줄더라도 앞으로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고, 줄어든 현금 수준도 지금의 신용등급 수준에는 부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