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철강사업서 손 놓게 될까
입력 2014.09.25 09:05|수정 2014.09.25 09:05
    채권단, 동부제철 열연공장 가동 중단 추진
    동부인철스틸·동부특수강·동부메탈 매각 진행…남는 건 당진 냉연공장뿐
    • [09월23일 09: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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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당진시 동부제철 열연공장(제공=동부제철)

      채권단이 동부제철 정상화방안을 내놓으면서, 동부그룹 철강사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채권단은 차등감자 조치와 함께 당진 열연 공장(전기로) 가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몇몇 철강 자회사 및 자산 매각이 진행 중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상당수 철강사업이 동부 손에서 떠나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동부제철 채권단은 지난 19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회사의 정상화방안을 논의했다. 정상화방안은 ▲차등감자(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100대1) ▲530억원 출자전환 ▲6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정상화방안이 이뤄지면 김준기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지분율은 0.1%대로 줄어든다.

      채권단은 이와 더불어 당진 열연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실사 자체가 공장 가동 중단을 전제로 이뤄진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전기로의 원재료인 고철 가격이 비싸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확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준공된 당진 열연공장은 완공까지 약 1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동부는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일관제철회사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는 고로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친환경적인 전기로를 통해 열연부문의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었다. 공장 준공식 당시 김준기 회장이 “전기로 준공을 계기로 연산 1000만톤 이상의 글로벌 철강사로 발전하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날 정도였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글로벌 철강시장이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둔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현대제철이 지난해 9월 당진 3고로를 완공함으로써 열연강판의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됐다. 원재료인 고철가격이 유례없는 증가세를 보인 것도 타격이 컸다. 이로 인해 열연사업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 회사 실적부진의 핵심요인으로 꼽히게 됐다.

      동부그룹은 이미 지난해 11월 자구안 발표 이후, 전방위에 걸쳐 철강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동부인천스틸·동부특수강·동부메탈 등이 매각대상에 올라와 있다. 이 중 동부인천스틸은 동부발전당진과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려는 산업은행의 계획이 실패하면서 다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동부특수강은 최근 티저레터(Teaser Letter)를 발송하며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동부메탈은 선결과제인 지분 담보 문제 및 동부하이텍 매각이 이뤄진 후에야 매각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구조조정이 끝나면 철강사업 중 남는 것은 당진 냉연공장뿐이다. 냉연만으로 이익을 내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당진 냉연공장이 회사 매출의 75~80%를 차지하고, 꾸준히 이익을 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철강업황 자체가 여전히 글로벌 공급과잉의 여파로 안 좋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나는 냉연사업 위주로 가려는 모습”이라며 “다만 냉연부문의 영업이익 규모로 차입금을 줄여나가는 선순환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동부 입장에선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회사는 최근 몇 년간 기술력이 향상돼, 시간이 더 주어지고 유동성만 확보하면 열연공장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의 경영권을 대폭 낮추고,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산은도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열연부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봤다”며 “그런데 구조조정이 잘 안 되자 모든 책임을 회사 대주주에 묻는 것은 가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