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첫 M&A·보수적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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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24일 10:5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T가 KT렌탈 매각에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일 경우 그룹의 명예가 실추될 것을 극도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황창규 회장의 첫 대형 인수·합병(M&A)이라는 점과 KT 특유의 보수적 조직문화도 신중함을 더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KT렌탈 매각을 위한 막바지 실사를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 이달 말 티저레터(Teaser-letter) 발송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A 업계 관계자는 “KT 고위층이 이번 매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굉장히 신중하게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소한 이슈까지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단 매각 절차를 본격화 한 후에 사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검토한 후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모양새다. KT라는 거대 기업이 매각 준비 부족으로 비판을 받을 경우 체면을 구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KT 경영진도 “KT의 명예가 달려있다”며 실무진에 완벽을 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을 공식화 한 후 자문사 선정과정에서도 경영진이 몇 차례 이견을 표하는 등 적극 개입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대외에 비치는 이미지는 물론, 사소한 루머나 언론 보도에도 민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내부 사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매각 초기부터 그룹 내부에 함구령이 내려지며 이번 매각과 관련해 KT와 외부의 소통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올해 초 KT ENS 법정관리로 숱한 비판을 받았던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다. 황 회장이 KT에 삼성의 효율적 관리역량 대신 언론 과민증을 이식한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평가도 나온다.
한켠에선 매각 준비를 꼼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 작업 자체가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티저레터나 투자안내서(IM) 등에 담을 재무 정보 정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사실 KT 입장에선 KT렌탈에 투자한지 오래되지 않아 다시 매물로 내놓는 만큼 명분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매각, 즉 납득할 수 있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황창규 회장이 추진하는 첫 대형 M&A라는 점도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초 KT 회장에 취임했고, 통신업 강화에 온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긴 했지만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첫 시도인 KT렌탈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황 회장의 입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KT 특유의 보수적이고 신중한 조직문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KT가 워낙 정치적인 조직이고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KT가 민영화 됐다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공기업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각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T렌탈의 규모가 큰데다 KT가 정보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정리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사적 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 교체가 자료 정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KT는 시스템 교체는 대부분 완료됐고 매각 작업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엔 매각 철회 가능성이 거론됐다. 실제로 그룹 내부에서 돈 잘 버는 멀쩡한 회사를 매각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명예’를 중시하는 KT가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매각을 철회하더라도 원하는 가격을 정해 놓고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명분은 있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