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치여 국제선 확대하는 저가항공사, 재무부담 '가중'
입력 2014.09.26 09:05|수정 2014.09.26 09:05
    중국·하와이·싱가포르 등 중장거리 국제노선 강화
    "재무여력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국제 노선 확대 어려워"
    • [09월24일 11:4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저가항공사가 국내 단거리 노선 경쟁 심화의 탈출구를 중장거리 국제선에서 찾으며 국제선부문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제선을 확보하려면 항공기 도입 등 투자 부담이 불가피해 재무 여력이 크지 않은 저가항공사에게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저가항공사 중 하나인 제주항공은 올 하반기 7개의 신규 노선에 취항, 지난해 5개국 13개 도시 15노선이던 국제 노선을 연말까지 7개국 15개 도시 22개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태국·베트남·일본·괌 등지로 취항지를 늘려가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존 대형항공사와 격차를 좁히고, 후발주자와는 간격을 넓히려 노력 중"이라며 "현재 운영하는 항공기는 총 16대이며 올해 안으로 1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진그룹 계열 저가항공사인 진에어는 내년 상반기 하와이 노선을 신설할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2018년까지 싱가포르 등 장거리 노선 도입을 검토 중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오는 24일 국내 저가항공사 최초로 일본 오이타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저가항공사가 국제 노선 취항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선의 항공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추가적인 성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서 발간한 8월 항공운송시장동향에 따르면 저가항공사가 담당하는 국내선 여객 수송 비율은 올해 1월~7월 누적 681만명으로 49.3%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 규모와 구조를 고려하면 저가항공사가 이전처럼 큰 폭으로 분담률을 끌어올리긴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다. 저가항공사 중 분담률이 가장 높은 제주항공의 올 상반기 국내선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대 성장에 그쳤다.

      반면, 국제 노선에서 저가항공사의 여객 수송 분담률은 11.5% 가량이다.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다는 평가다. 2014년 1월부터 7월까지 저가항공사가 국제선에서 수송한 여객수는 367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형항공사의 국제선 수송 여객수는 1658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 노선이 시장 포화 상태로 경쟁이 치열한만큼 거리를 늘려서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을 배분받을 수 있는 다른 국제 공항에 진출하려는 유인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저가항공사들이 재무적으로 국제 노선 확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사가 국제 노선을 확대하려면 항공기 도입으로 인한 임차료, 유류비, 판관비, 정비비 등 비용 지출 부담이 커진다. 국제 노선 확대로 중형 항공기 도입이 늘어나면 항공기 기종을 하나로 단순화 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저가항공사만의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총 다섯 곳의 국내 저가항공사 중 재무적인 여력이 넉넉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사 중 매출 규모는 큰 편이나 수익성이 높지 않다. 지난 2011년 연간 2577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4323억원으로 성장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11년 168억원에서 지난해 193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액이 적은 티웨이항공은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며 자본잠식에 처해있다. 지난해 말 기준 티웨이항공의 자본총계는 -101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스타항공 역시 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지만 연간 순이익 규모는 40억원대로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다보니 일부 저가항공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성장전략을 세우고 있다. 상장 공모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국제 노선 등에 투자,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이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고, 진에어도 시장에서 상장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저가항공사의 국제 노선 강화 및 기업공개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일단 우려의 시선이 강하다. 국내선 포화에 따라 국제선에서 새 먹거리를 찾는 걸 막을 순 없으나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의 중장기 국제 노선 확장은 재무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급격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고정비가 큰 사업 특성상 시장 규모가 수익이 날 정도가 돼야 하는데 미국·유럽 등의 시장과 비교해 국내선 및 단거리 국제선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라서 기업공개 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