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하게 인수의사 전달 불구, 눈치빠른 오너가 퍼블릭 딜로 전환
최대규모 ADT캡스 인수 이후 밸류업 전략 일환 풀이…다음 단계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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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28일 08: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2조원 넘게 주고 ADT캡스를 인수한 올해 M&A업계 위너 칼라일 그룹(Caryle Group)이 국내 경비업체 조은시스템 인수의사를 밝혔다가 퇴짜를 맞았다.
은밀하게 인수의사를 전달했으나 눈치빠른(?) 오너가 아예 공개매각으로 전환해 버린 것.
그 덕분에 SK, 롯데 등 대기업이 조은시스템 인수를 검토하게 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조은시스템 오너 일가에게 경영권 인수 의향을 개별적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조은시스템 오너들은 칼라일의 제안 검토 후, 아예 매각주관사(큐더스)를 뽑아 공개매각으로 전환했다. 굳이 칼라일에 우선협상권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93년 설립된 조은시스템은 1위(에스원)-2위(ADT캡스)가 양분한 보안업계에서는 소형회사다. 그러나 공공시설물ㆍ은행등 금융보안 부문에서는 1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회사다.
세이프원(Safe 1)이란 브랜드를 통해 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을 비롯한 금융권 경비보안 그리고 공항공사, 울산항만, 여수화력발전소 등의 시설물 보안을 맡고 있다. 매출 719억원에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창업자 이력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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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이기도 한 조은시스템 김승남 회장은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군인출신 기업가로, 잡코리아의 설립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96년에 잡코리아를 설립해 키워오다가 10년 뒤 미국 온라인 취업포털 1위 몬스터닷컴에 1000억원을 받고 회사를 팔았다.
당시 김 회장 개인이 거둔 차익도 160억원에 달했다. 몬스터닷컴은 지난해 코리아 지분 50% 매각을 H&Q AP코리아의 3호 블라인드 PEF에 약 100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칼라일이 ADT캡스 인수 이후 밸류업 전략 차원에서 조은시스템 인수를 노렸을 것으로 내다본다. 매각 당시 '설비투자(Capex)비용이 과다하다"며 고가인수 논란이 적지 않았던터라 이런 우려를 다독이고 회사 값어치를 올릴 전략이 필요했을 상황이다.
하지만 잡코리아 매각 등에서 보여줬듯이 김승남 회장 등 오너일가가 투자시장의 생리를 알고 있어 칼라일의 '러브콜'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어쨌든 한번 기업을 키워내고 매각까지 해본 '프로페셔널'이란 의미다.
특이하게도 최근 국내 보안업계에서는 이런 류의 '프라이빗 거래 시도후 공개매각' 형태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ADT캡스 매각도 마찬가지. 맨 처음 SC PE가 여러 경로로 미국 타이코에 인수의사를 표명하자, '흥행'을 예감한 타이코가 매각주관사를 선정 공개매각으로 전환한 경우다. 덕분에 타이코는 2조원이 넘는 기대하지 못한 매각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조은시스템이 공개매각으로 전환되면서 일선에 나선 곳은 SK그룹. ADT캡스 인수후보로도 거론됐으나 그룹 상황이 여의치 못해 불참했고, 이후 대체물로 무인경비업체 NSOK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도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인수의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쨌든 칼라일의 발빠른 인수시도 덕분에 조은시스템은 시장에서 주목받는 딜로 나오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