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CR리츠 지분 인수 ‘자본재구조화’로 콜옵션 만기 연장
"지분 참여 후 임대료 큰 폭으로 낮춰"
GIC, 유상감자와 대출금 상환받아 투자금 일부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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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05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이랜드그룹이 지난 2009년에 매각한 서울 강남의 뉴코아 신관과 킴스클럽 건물을 되찾기에 나섰다. 매각한 지 5년째인 지난달 이랜드그룹과 건물을 매입한 기업구조조정리츠(CR-REITs)의 대주주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은 CR리츠의 자본 구조를 변경하는 거래를 완료했다.이랜드그룹은 CR리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건물 사용에 관한 임대료 수준을 대폭 낮추기로 GIC와 합의했다. 또 GIC는 이번 거래 후에도 여전히 CR리츠의 대주주로 남지만 최초 투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랜드, 강남뉴코아 CR리츠 지분 26% 확보
5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강남 뉴코아 신관(패션아울렛스토어빌딩)과 킴스클럽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뉴코아강남CR리츠의 지분구도가 지난달 17일을 기점으로 Reco Won Pte. LTD 100%에서 Reco 74%, 이랜드그룹 26%로 바뀌었다.
이랜드그룹이 CR리츠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금액은 2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Reco Won은 GIC의 100% 자회사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해 건물을 찾아올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이랜드리테일이 CR리츠의 유상증자 참여해 GIC의 투자 회수를 돕고 콜옵션 행사 시점을 5년 후로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매각 당시 이랜드그룹은 2014년 9월9일을 기준으로 직전 30일부터 120일까지 2472억원에 재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받았다.
이랜드그룹은 옵션을 행사할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지난 5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이랜드그룹을 관리대상계열로 지정했고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6월 3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차입제한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에 대해 “RCPS 발행 과정에서 각종 커버넌트가 붙어 건물이나 토지 매입과 같은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랜드그룹은 CR리츠의 증자 참여로 임차료 수준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이랜드리테일은 매년 200억원 이상을 임대료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년간 지급한 임대료는 223억원에 달했다. 올해부터 지급하는 수수료는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1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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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IC, 유상감자와 차입금 회수…CR리츠 1700억원 차입
GIC는 뉴코아강남CR리츠의 자본구조 변경 과정에서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 규모는 20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코아강남CR리츠는 지난달 중순 IBK기업은행, 동부화재, 현대해상화재, 미래에셋생명에서 뉴코아 건물과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차입했다. 2040억원을 채권최고액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점을 감안했을 때 차입금액은 1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돈 가운데 1000억원은 9월5일 만기도래한 차입금(대주 Reco Won) 88억엔 상환에 쓰이고 남은 돈은 유상감자 재원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가 26%의 지분을 확보하기에 앞서 9월16일, 뉴코아강남CR리츠는 발행 주식의 절반이자 Reco Won이 보유한 주식 100만주를 감자했다. 담보부차입으로 마련된 돈 가운데 일부가 GIC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GIC는 서울파이낸스센터와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도 대규모 차입 후 감자를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9월 17일, GIC와 이랜드간의 지분 조정을 위한 증자와 감자를 진행했다. GIC와 이랜드는 보통주 1주와 1종종류주식 76만1334주와 2종종류주식 26만8000주를 유상증자했다. 1종은 GIC, 2종은 이랜드의 주식으로 추정된다. 1종은 2종에 보다 배당 및 잔여재산 분배권에서 선순위에 있어 콜옵션 연장을 원하는 이랜드가 2종을 받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뉴코아강남CR리츠는 보통주 100만1주 가운데 100만주를 감자했다. GIC는 보통주를 1종 종류주식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GIC가 여전히 1대주주이지만 이랜드그룹 입장에선 재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CR리츠의 운영에 관한 주도권도 확보해 사실상 매입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연간 100억원 이상의 임차료 지출을 줄여 이랜드리테일의 현금흐름 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