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투자한 FI, 풋옵션 행사의 딜레마
입력 2014.10.06 08:40|수정 2014.10.06 08:40
    [Weekly Invest]
    금융위 대주주변경 승인으로 풋옵션 트리거 발동 눈앞
    풋옵션 행사 전망 속 8%대 수익 포기 어렵다 분석도
    • [10월05일 08: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미래에셋생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생명 대주주 변경으로 조기에 투자회수(Exit)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투자처를 포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제 17차 정례회의를 열어 미래에셋생명의 대주주 변경 안건을 승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월 이사회를 열어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생명 지분 59.67% 중 27.42%를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금융위에 대주주변경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 지분 일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수하는데 지분 조정이 완료되면 미래에셋증권 27.42%, 미래에셋캐피탈 26.24%, 미래에셋자산운용 8.52% 순으로 지분 구조가 바뀐다. 최종 지분 조정까지는 1~2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생명의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미래에셋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투자금의 일부에 대해 풋옵션(Put-option)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1년 미래에셋생명은 지급여력비율(RBC)을 높이기 위해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전환우선주(CPS) 3000억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1000억원 등 총 4000억원 규모다. 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과 LTI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운용을 맡은 ‘오릭스-LTI PEF’(3000억원)와 KB자산운용의 ‘KB메자닌사모증권투자신탁제1호’(1000억원) 등 두 곳이 증자에 참여했다.

      오릭스-LTI PEF에는 국민연금(1500억원), 사학연금(500억원), 오릭스(350억원), 우정사업본부(300억원)와 캐피탈사 등이 투자자(LP)로 참여했고, CPS와 RCPS에 각각 2250억원, 750억원을 투자했다. KB자산운용 PEF도 같은 비율로 CPS 750억원, RCPS 25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기간은 5년이다.

      이들 FI들은 투자를 집행하며 미래에셋생명 최대 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과 주주간계약을 맺었다. CPS는 연 8%(5% 배당 포함)의 이율을, RCPS는 배당 포함 12%의 수익률을 보장받았다.

      FI들은 풋옵션 권리도 확보했다. 투자 만기 전 미래에셋생명의 최대 주주가 바뀔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 트리거)가 발동된다. CPS 지분을 미래에셋캐피탈에 넘기는 대신 보장수익률에 따른 원리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RCPS의 경우엔 미래에셋생명에 대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풋옵션 계약이 없다.

      미래에셋캐피탈로선 2016년까지 높은 가격에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켜 FI들에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내년 IPO 성사 가능성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최대 주주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통해 FI의 풋옵션 행사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FI들에게 미리 통지하지 않고 주주 변경을 추진했다. FI측에는 이사회 결정 후에야 비밀 유지를 위해 사전에 통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FI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뢰관계에도 금이 갔다. PEF 운용사들은 미래에셋생명 주주 변경 상황에 대해 투자자(LP)에 알리며 향후 계획 마련에 나섰다. FI 관계자는 “아직 풋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며 “최대 주주 변경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LP)들은 풋옵션 행사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상환권이 없는 CPS가 투자기간 종료 후 보통주로 전환되면 현재로선 투자회수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빠른 성장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IPO는 번번이 연기됐고, 높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한 투자자 관계자는 “LP로선 펀드 운용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운용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는 내부적으로 이미 올해 투자회수를 통해 수익이 날 것이란 보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투자자 관계자는 “CPS에 보장되는 8%의 수익률을 포기하기 아까운 것도 사실”이라며 “운용사도 이런 점 때문에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풋옵션 행사 이후 잔여 투자기간에 대해 명시적인 수익보장 내용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 역시 “투자 당시와 비교하면 FI가 보장 받고 있는 수익률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굳이 풋옵션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