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운영에 뛰어든 세빌스코리아, 전략적 포석은?
입력 2014.10.14 11:22|수정 2014.10.14 11:22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 인터뷰]
    "호텔 운영, PM 분야 최고봉…서비스 노하우 무한 확장 가능"
    "호텔 운영 플랫폼 확보해야 호텔 투자시장 선점 가능…현재 호텔투자, 본질에서 벗어났다"
    호텔 전문가 잇따라 영입…"호텔 아카데미 준비중, 산·학 연계 운영인력 확보 계획 구체화"
    • [09월21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

      세계적인 부동산컨설팅 기업인 ‘세빌스(Savills)’가 지난 8월, 우리나라에서 비즈니스호텔 위탁운영 분야에 진출을 선언했다. 내년 초 군산에 ‘세빌스호텔군산’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등 15곳에 ‘세빌스호텔’을 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세빌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호텔 건물 관리, 매매 자문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호텔 운영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세빌스가 국내에서 호텔업 진출을 선언하자 호텔 운영 시장은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과 홍콩에서 레지던스 운영 경험이 전부인 세빌스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는 "호텔 운영 진출은 운영업 그 자체 뿐만 아니라 향후 고급주택관리, 메디텔(Medi-tel), 요양시설 등으로 부동산 자산관리 및 컨설팅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플랫폼(Platform)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하면 ‘오피스빌딩’에만 국한된 현실을 타개하고 국내외 잠재투자자들에게 호텔이라는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이끌기 위한 선점 차원이라는 것이다.

      인베스트조선은 세빌스코리아의 전경돈 대표를 만나 호텔 운영 사업 계획과 시장 포지셔닝 전략, 이를 통한 기대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호텔 브랜드로 ‘세빌스’는 인지도가 낮다.

      “호텔업은 브랜드 비즈니스이고 브랜드는 예약시스템이나 세계적인 체인망 등이 장점이다. 호텔을 소유한 입장에서는 브랜드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수익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브랜드는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과다하게 쓰는 경우도 있다. 호텔 소유주와 브랜드간의 계약이 불평등한 경우도 있다.”

      전 대표는 투자운용업계에 몸담았을 당시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프레이저스위트서울(FrasersSuites Seoul)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호텔 브랜드에 대해 '갱스터(Gangster)'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의 발달과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경험’이란 가치가 브랜드 이외의 시장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의 위상은 약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어비앤비(airbnb)이다. 공유경제 측면도 있지만 호텔에 가장 적수가 되고 있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페디아 등 온라인상의 강자들이 나타나 기존 호텔 브랜드를 흔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보지 않은 지역이라도 가격과 위치 등을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세빌스는 이같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빌스가 목표하는 시장은 3~4성급의 리미티드서비스호텔(비즈니스호텔)로 합리적이며 싸고 좋은 가격과 위치로 무장되는 브랜드호텔을 만들 수 있다. 세빌스는 호텔 운영 부분에서는 약하지만 부동산자산관리 분야에서 세계 3위 기업이다. 빠른 속도로 대형 브랜드를 잡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호텔을 위탁 운영할 것인가. 위탁 운영을 원하는 수요처이자 타겟(Target)은.

      “국내 호텔의 소유 형태는 대기업과 개인 소유 호텔로 크게 나뉜다. 대기업은 수익성보다 상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들은 그 호텔 하나가 전재산인 경우가 많고 합리적으로 호텔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한다.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세빌스는 개인 소유 호텔의 위탁운용에 중점을 둘 것이다.

      개인 오너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호텔 운영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투명성을 요구한다. 국내에 있는 호텔 위탁운용사들이 이 같은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글로벌 운용사인 세빌스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대형 오피스빌딩을 관리해온 경험도 있다. 이 같은 관리의 투명성과 노하우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지 않는가. 호텔 위탁운영은 부동산자산관리 분야에서 가장 높은 질의 플랫폼이다. 세빌스는 이 플랫폼을 가지고 싶다. PM(Property Management) 시장에서 아직까지 호텔과 오피스 등을 통합한 노하우를 가진 PM회사는 없다.”

      세빌스는 국내 호텔 시장이 다양한 층위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비즈니스호텔의 다양화에 주목했다. 김정은 세빌스코리아 호텔팀 부장은 “신라스테이·롯데씨티호텔 등의 국내 대기업호텔 서브브랜드(Sub-brand),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이비스·포 포인트(Four Points) 등의 외국 수퍼 호텔 브랜드의 중저가 브랜드와 대림산업·모두투어·하나투어 등에서 준비하는 기업 운영 브랜드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빌스가 포지셔닝하는 시장은 호텔브랜드와 기업운영브랜드의 사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위탁운영 플랫폼을 가졌을 때 효과는.

      “최근 아시아 연기금의 최고책임자를 만났는 데 국내에는 오피스 빌딩 외에는 투자할 곳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가 매니지먼트를 맡길 회사가 없어서였다. 부동산은 경험 비즈니스인데 직접 운영이나 관리를 해본적이 없는 곳에 맡길 수가 없어 투자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호텔 플랫폼을 가지게 되면 다음 시장으로 갈 때 이점이 있다. 메디텔, 요양시설, 고급주택, 실버타운 등 임대라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호텔 위탁운영이 어렵지만 극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M시장으로 다시 돌아와, 호텔 플랫폼을 가지게 되면 기존 PM 시장이 레드오션이 돼 있는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호텔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꺼린다.

      “지금까지 호텔 투자라고 하면, 롯데나 신라가 마스터리스(책임임차)를 한 경우로 한정돼 있었다. 롯데나 신라를 보고 투자한 것이지 호텔의 본질을 보고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대기업들도 어느 정도 확장을 하니 더 투자를 받지 않는다.

      세빌스에 3~5년 정도의 호텔 운영 기록과 노하우가 쌓이면 기관투자자들도 신뢰할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호텔의 규모가 작지만 여러 비즈니스호텔을 묶어 투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세빌스는 호텔 운영에서 호텔 컨설팅과 매매 자문으로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호텔 사업의 핵심은 ‘사람’인데, 운영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은

      “개인 호텔 오너와 경영자를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세빌스의 호텔 매니지먼트 매뉴얼과 국내 사정을 감안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으며 호텔 리노베이션 과정 등 전반에 관한 매뉴얼 마련 작업을 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 및 전문대학과 연계해 인재 양성도 계획하고 있다. 호텔 전문 인력도 대거 영입했다”

      세빌스는 최근 쉐라톤 인천호텔의 재무이사, 파라다이스호텔 필리핀 총지배인 등을 역임한 이우호 부장을 호텔팀장으로, 신세계백화점 그래픽팀, 더몰(The Mall) 디자인팀 등에서 인테리어와 디자인을 담당한 김희숙 부장을, 이랜드그룹에서 호텔과 리조트 M&A 및 개발계획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박홍수 부장 등을 잇따라 영입했다.

    • -호텔 위탁운영 첫 대상으로 서울이 아닌 ‘군산’을 선택했다.

      “첫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국내 10여 곳의 호텔을 검토하다고 최종적으로 군산을 선택했다. 지솔트㈜가 이미 호텔 사업을 한 경험이 있고, 대주주가 확실하다는 점, 군산은 비즈니스와 레저를 겸할 수 있는 점,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거리가 애매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향후 사업 및 확장 계획은.

      “내년에 추가로 5곳, 내 후년에 10곳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울산 등 각 지역에 런칭할 예정이다. 단 제주도는 당분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전 대표는 제주도 지역을 제외한 이유에 대해, 숙박시설 과다, 호텔 운영인력 확보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호텔, 콘도, 팬션, 게스트하우스까지 하면 제주도라는 한정된 지역, 즉 섬에 숙박시설이 과다하다. 공항을 증설하거나 신규공항 설치, 크루즈 운항, 해저터널 등 접근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도에서 호텔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을 육지에서 데리고 가야 한다”며 “세빌스라는 이름을 달고 호텔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5곳 가량을 검토하다가 결국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 취임 이후 세빌스의 외연이 상당히 확장됐다.

      “ NPL투자를 시작했고, 투자일임업에도 진출했다. 물류와 리테일 컨설팅 분야를 확대했다. 산업(Industry) 연구조사도 강화했다. 지난해 취임 당시 126명이던 인원은 현재 160명으로 늘었다. 구조조정을 해야했는 데 오히려 반대로 확대했다. NPL 투자는 순항하고 있고 투자일임업에서는 상당한 투자를 집행했다. 예상보다 빨리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PM시장은 변한 게 없다. 부동산 투자 시장은 지난 10년간 상당히 많이 변했고 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PM시장은 자기 만족에 빠져 서서히 침몰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세빌스의 사업 확장을 보면서 “왜 그렇게 스스로 무덤을 파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NPL 투자를 런칭하고,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받고, 호텔 운영업에 진출하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올해 100일 남았는데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전 대표는 “프로페셔널은 절대 지는 시장에 서지 않습니다.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없으면 서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