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사실상 법 개정 없인 어렵다”는 분위기
-
[10월17일 09:3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팬오션 매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거래 성사의 요건 중 하나로 꼽히는 '해운법 24조'의 개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 없이도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CJ 등 대형화주의 해운사 인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에선 "법 개정 없이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현행 해운법 24조에 따르면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LNG) 등 대형화주가 해운사를 인수하려면 해양수산부 차관 및 해운업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형화주가 자기화물 수송을 위해 해운사업을 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취지다.
본래 제3자물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법이나, 시장에선 해당 법이 대형화주의 해운사 인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해왔다. 해운사 M&A가 있을 때마다 대형화주인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등이 인수후보로 꼽혔지만, 막상 참여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M&A 활성화 방안’을 통해 ‘대형화주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3자물류 촉진이라는 물류정책방향 및 선·화주 상생협력 등을 감안해, 30% 이내로 자기화물 운송을 제한키로 했다.
해운법 24조가 기존 해운사 인수시에도 적용되는지가 불명확했기에, 관련 내용을 명시해 이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시장에선 당시 구조조정 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M&A를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많았다.
시장에선 아직도 “해운법 개정 없인 어렵다”는 인식이 남아있는 상태다. 중·소형사의 반발 및 동반성장 이슈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수를 허가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로 한진해운 LNG·벌크전용선 사업부와 현대상선 LNG선사업부도 모두 대형화주가 아닌 사모펀드(PEF)에 매각됐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해운법 개정 여부가 이번 팬오션 매각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팬오션은 1조원 수준의 미확정채권 때문에 PEF가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해운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탄탄한 대기업의 참여가 어렵게 된다면, 매각 초기부터 잠재 인수군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지금 해운법상 대형화주가 해운사 인수를 허가받기 쉽지 않다”며 “해운법이 바뀌지 않은데다 미확정채권도 너무 많아, 올해 안에 팬오션이 매각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에선 기존 법과 M&A 활성화 방안만으로도 대형화주의 해운사 인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운법 24조 또한 개정할 계획이 없다.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대형화주의 해운사 인수 허용문제는 해운법 개정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다”라며 “(대형화주가) 인수하겠다고 하면 ‘M&A 활성화방안’의 취지를 감안해 정책자문위의 심의를 거쳐 승인해주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