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PE-동부 언아웃계약…인수 치열할수록 동부로 유입되는 금액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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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3일 16:5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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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특수강 포항공장 연속로(제공=동부특수강)
동부특수강 본입찰이 시작됐다.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의 길었던 인수전의 결말이 곧 드러난다. 마지막까지 양사간 가격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구안 진행이 순탄치 않았던 동부 입장에선 그룹 유동성을 확보할 기회로 보인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감시한인 이날 오후 3시까지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 본입찰에 참여했다. 동일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딜로이트안진은 24~25일 이들 중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매각 초기부터 현대제철과 세아그룹의 2파전 양상이 뚜렷했다. 양사는 일찍이 전담팀(TF)을 꾸려 인수를 준비해왔다. 회사 임원들이 공개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누가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국내 특수강시장의 지배력이 달라진다. 현대제철이 인수하면 완성차부문의 수직계열화를 더욱 견고히 다질 수 있다. 현재 현대제철은 연산 100만톤 규모 특수강공장(선재·봉강) 건설을 추진 중이다. 특수강 사업수익의 60~70%를 현대차그룹에서 거두는 세아그룹 입장에선 부담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세아그룹 입장에선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세아그룹이 인수하면 특수강 하공정에서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확보한다. 이미 상공정에서는 지배적 위치다. 세아베스틸이 탄소강·합금강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포스코특수강 인수가 끝나면 STS선재 및 봉강시장까지 거느리게 된다. 주고객사인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한 가격교섭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동부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동부제철은 지난 6월말 매각을 위해 산은 프라이빗에쿼티(PE)에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1100억원에 넘겼다. 당시 동부제철은 향후 산은PE의 매각금액이 1100억원을 넘으면, 매각차익의 90% 이상을 돌려받는다는 언아웃(Earn out)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인수전이 치열할수록 유입될 금액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동부는 지난해 내놓은 3조원 규모 자구안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가장 기대했던 동부제철 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매각은 포스코의 거부로 무산됐다. 얼마 후 회사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으며, 23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부발전당진은 삼탄과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으나, 송전선로 비용문제로 계약이 해지됐다. 최근 SK가스와 협의하는 등 다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삼탄과 합의했던 2700억원보다 낮은 가격이 거론되고 있다. 산은 브릿지론(2000억원) 상환 및 기타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이 2200억원은 넘어야 동부건설에 자금이 유입된다.
최근 본입찰을 실시한 동부하이텍 매각에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6000억원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인수자가 그대로 안고 가는 구조이기에, 매각가격이 낮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동부는 매각대금으로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대우전자·동부라이텍·동부저축은행·동부월드 지분을 매입하기로 산은과 합의한 상태다.
이런 정황상 사실상 올해 진행 중인 인수·합병(M&A)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동부특수강 정도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2500억원 내외다. 다만 매각작업이 진행될수록 현대제철과 세아그룹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각에선 매각가격이 350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매각 측은 산은PE의 보호예수기간(6개월)이 끝나는 내년 1월 매각을 종결할 계획이다.
거래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와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1월 곧바로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