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지정감사제도 도입 전 서둘러 합병 추진
지정감사제도 도입 시 빠른 합병 '불가능', 비용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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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6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내년 초 지정감사인 도입을 앞두고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당초 스팩에는 면제되던 지정감사제가 도입되면 조속한 합병을 통한 투자금 회수라는 스팩의 가장 큰 매력이 사라지는 탓이다.
한국거래소의 압박으로 상반기 이후 증권 인수 라이선스를 가진 거의 모든 증권사가 스팩을 내놓은 상황에서 새 규제 도입 시한이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오며 불안감만 높아져가는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피합병법인이 지정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시행령을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전망이다.
지정감사 제도는 당초 직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만 해당했지만, 지난 7월 법 개정을 통해 형식상 우회상장인 스팩을 통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에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올해까진 적용되지 않았고, 세부 제도가 정비되며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정감사제도가 도입되면 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을 계획 중인 비상장 법인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지정감사인을 배정, 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과정이 1~2달이 걸리고, 최소 반기보고서 또는 연간 감사를 받은 후에 합병에 나설 수 있다. 일반 감사비용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소요돼 합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모두 늘어나는 셈이다. -
현재까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스팩은 8개에 달한다. 7개의 스팩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내달까지 청약절차를 마무리 짓고, 연내 상장을 완료한다. 지난 22일까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5개에 이른다. 지난해 단 2개의 스팩이 상장을 완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까지 합병을 완료한 스팩은 KB스팩2호·하나머스트스팩·미래에셋스팩2호 등 3곳이다. 지난해 상장한 우리스팩2호와 키움2호스팩은 아직 합병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팩의 결성은 하반기에 주를 이뤘다. 규제 완화와 더불어 시장 침체를 우려한 거래소가 지난 5월 인수 담당자들을 모아놓고 스팩 설립을 압박한 까닭이다.
지정감사제 범위가 스팩까지 확대되며 현재 상장된 스팩을 비롯, 상장을 준비 중인 스팩들도 불안한 표정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스팩을 통한 합병이 앞다퉈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장된 스팩을 통해 11월에만 3~4곳의 합병이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정감사제 도입이 되기 전인 오는 연말까지는 상장된 기업 외 현재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도 조속한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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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합병대상법인을 찾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스팩의 수가 단기간 급증했고, 갑작스레 법규 개정으로 일종의 '시간 제한'이 생긴 까닭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상장 활성화를 위해 스팩을 결성하라고 종용한 후 지정감사제를 도입한다고 나서 스팩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올해 상장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스팩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한 점으로 고려하면 스팩시장이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