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PE의 효성 패키징 인수, 국민연금 자금+대규모 인수금융 활용
입력 2014.11.06 08:40|수정 2014.11.06 08:40
    중견 중소 해외투자용 코파펀드 활용…외부차입 비중도 높아
    인수 후 삼양사 자회사와 합병…거래단계에서 합작 논의 진행
    • [11월05일 11:1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가 계획대로 효성의 패키징사업부를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그간 국내에서 이뤄진 사모펀드(PEF)의 딜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총 4000억원이 넘는 거래금액에서 당장 들어갈 지분투자(Equity) 비중이 50% 미만이다. 또 일찌감치 전략적 투자자(SI)이자 경쟁사이기도 한 삼양사를 미리 초청하는 독특한 딜 구조를 마련했다.

      당초 효성은 산업은행을 매각주관사로 삼아 패키징 사업부 매각을 검토했다. 그러나 SC PE를 인수자로 사실상 내정, 단독협상권(Exclusivity)을 제공했다. 오랫동안 시장에선 SC PE의 펀드자금 부족, 가격협상 논란이 거론됐으나 효성은 지난 7월 2일 "SC PE와 패키징사업부 매각을 위한 LOI(인수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석달뒤인 10월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SC PE가 '아셉시스 글로벌'이라는 명목상 껍데기 회사를 세우고 여기에 자금을 댄후, 이 회사가 패키징 사업을 사들이는 '영업양수도' 형태의 거래다.

      매각대금은 총 4150억원.

      현재 SC PE가 한국내 보유한 펀드는 총 2900억원 규모의 'SC PE 3호. 이 펀드는 국민연금이 2000억원을 출자한 이른바 '중견ㆍ중소기업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다. 운용사 측인 스탠다드 차타드 계열에서 전체 펀드의 30%에 달하는 900억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는 "중견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투자하라"는 명분을 받은 펀드라 출자액에 다소 제한이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중소·중견 코파펀드는 전략적투자자(SI)를 미리 설정하지 않기 때문에 블라인드 PEF의 성격에 가깝다”면서도 “해외 M&A라는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예외적으로 국내 투자를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소·중견 코파펀드의 국내 또는 중소기업이 아닌 회사에 대한 투자한도는 펀드 규모의 40% 미만이다. 결국 SC가 보유한 펀드가 2900억원이나 되어도 효성 패키징 같은 대기업 사업부 인수에 투자할 수 있는 돈은 최대 1160억원에 그친다. 게다가 이미 해당펀드를 통해 AJ네트웍스ㆍ매드포갈릭 등에 자금을 집행한터라 실제 투입가능금액은 더 줄어든다.

      나머지 에쿼티 자금은 SC 계열인 핀벤쳐스가 제공한다. 지난해 말 총 자산 규모는 약 3억6686만파운드(약 6315억원)다. 그간 SC PE와 핀벤처스는 AJ네트웍스 투자 등에서 대개 1:1 비율로 투자해 왔다.

    • 이들 에쿼티 자금을 제외한 인수대금은 시장조달이나 은행권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될 전망이다. LTV가 50%를 넘는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딜이 진행되는 동안, SC PE는 별도로 삼양사를 끌어들여 패키징 사업부 통합을 준비했다.

      페트병 등을 생산하며 효성 패키징 사업부와 경쟁관계에 있던 삼양사는 자사 관련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기로 했다. 이 시점이 8월12일. '삼양패키징'(가칭)이라고 이름붙은 회사는 11월초가 분할 기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SC PE가 사들인 효성패키징과 합쳐져 하나의 회사가 된다. 구체적인 합병비율과 조건 등은 각각의 두 거래(삼양패키징 물적분할-효성패키징의 아셉시스 글로벌 인수)가 마무리 된후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일찌감치 SC PE는 나중에 투자회사를 매각할 바이어를 찾아내 끌어들인 모양새가 된다. 이 내역을 효성이 알았느냐, 몰랐느냐 등을 두고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분할 시기 등을 감안하면 효성이 이 내역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거래 관계자는 “SC PE가 삼양사를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시킨 것으로 보면 된다”며 “삼양사의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 결의 이전부터 SC PE와 삼양사의 합작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효성 역시 삼양사의 참여 여부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C PE는 삼양사와의 합작을 통해 운영을 맡아줄 SI를 확보하는 한편 향후 투자회수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사 역시 패키징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