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악화·신흥국서도 고전
한국 철수, 당분간 어려울 전망
'관피아' 사외이사, 정치적 접근
국부 유출 등 '먹튀'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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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2일 17:0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는 스탠다드차타드(SC)가 한국SC은행에 첫 한국인 행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 ▲고배당 ▲'관피아' 사외이사 ▲외국인 행장 호화생활 등으로 SC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악화된 본사 사정,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신흥시장을 감안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한국에서 철수는 당분간 쉽지 않다는 평가다. 그만큼 SC가 한국 시장에서의 '빼먹기'를 계속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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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 동안 SC은행은 용역비 7200억원, 배당금 6500억원 등 1조3700억원가량을 본사로 송금했다. 같은 기간 회사가 거둔 총 순이익(2조3161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국부 유출 논란, 더 나아가 한국 철수설까지 나왔다.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서자 지난해엔 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 구조조정으로 눈을 돌렸다. 저축은행·캐피탈 매각으로 제2 금융권에서 철수한다. 인력 구조조정도 있었다. 지난해 총 직원은 5538명으로 2011년보다 343명 줄고, 지점은 382개에서 342개로 줄었다. SC의 한국 철수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난 7월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철수설을 일축했다. 오히려 한국SC은행이 일본, 몽골시장까지 포괄하는 동북아시아 지역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북아총괄본부 설립은 칸왈 행장이 직접 주도했다. SC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째인데 한국인 행장이 없던 점이 의아했고, 한국인 행장을 따로 두는 것이 장점이 많아 직접 본사에 요청했다는 게 칸왈 행장의 해명이다.
칸왈 행장은 SC 내에서 인도계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 받아왔다. 그런데 취임하자 마자 호화생활이 논란이 됐다. 골프와 피트니스 VVIP 회원권의 특별승인을 받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택 임대료를 은행으로부터 지원 받았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한국SC은행은 동북아본부를 분리했다. 칸왈 행장은 SC은행장에서 물러나 동북아총괄본부 대표를 맡고 SC은행 첫 한국인 행장은 박종복 부행장이 유력하다.
안팎에선 칸왈 행장이 예상보다 심각한 한국SC은행의 상황을 인지, 출구전략을 짠 것 아니냐는 얘기나 나온다. 인도네시아 SC은행장을 맡을 예정이었던 리처드 힐 전 행장은 국내 고객정보 유출 사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행장 선임을 거부했다. 칸왈 행장 입장에선 전임자의 실패 사례, 한국 금융당국의 과도한 제재 등을 자신의 출세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동북아 총괄본부는 일본과 몽골사업이 미미해 사실상 한국SC와 다를 바 없어 한국인 행장 역할은 미미하고 칸왈 대표 영향력이 미칠 것"이라며 "한국SC가 잘되면 자신의 공이고, 안될 경우에는 한국과의 거리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영국 본사는 물론 주력 신흥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SC가 당장 한국에서 철수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국SC은행은 제2 금융권 철수 등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거기에 지주사와 은행을 합병하는 지주사 해체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동북아총괄본부가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되고, 용역비와 배당금 등이 동북아 본부를 통해 SC본사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국부 유출, 이른바 '먹튀'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SC의 지속적인 정치적 접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사 CEO가 직접 대통령을 면담하는 사례처럼 SC는 문제 발생 시 정치에 기대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한국SC은행 사외이사진에 '관피아' 출신이 많은 점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SC은행의 사외이사 12명 중 58%인 7명이 국가기관 경력자들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다. 이들은 모두 SC지주의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주요 인물로는 이광주(한국은행 부총재보), 정기홍(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세호(건설교통부 차관), 권태신(국무총리 실장) 등이 꼽힌다. 첫 한국인 행장 선임 역시 외풍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 정치적 해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