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섭 등 부담 '투자 멈칫'
글로벌 진출 난제…구조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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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2일 17:1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플랫폼·게임 등 IT산업이 투자자들에게 ‘계륵(鷄肋)’이 돼버렸다. 전반적인 경제 저성장 국면에서 전통적인 업종에 비해 성장 동력이 있는 분야임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변동과 주가 등 기업의 가치산정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거 신사업으로 각광받다가 리스크 증가로 투자매력이 떨어진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산업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게임 등의 네트워크 산업은 다수의 사용자가 확보만 되면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국내의 대표적인 IT 기업들은 최근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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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검색 포털인 네이버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8% 상승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5250억원으로 지난해 누적 영업이익 5241억원을 넘어섰다.
다음은 카카오와 합병하기 이전인 2012년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각각 22.4%, 15.4%를 기록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게임 플랫폼서비스 덕에 영업이익률 30%를 상회한 실적을 내놓은 바 있어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의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전망이다.
국내 IT기업들의 실적 성장세에도 투자자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극도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IT업계의 사업 성장성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메신저 사찰 논란과 게임규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카카오의 경우 지난 10월 '사이버 감청' 논란을 빚으며 주가가 대폭 하락했다. 합병 첫날인 1일 종가 16만6500원에서 불과 2주도 안 돼 12만원선까지 빠졌다. 게임업체인 NHN엔터테인먼트는 정부의 웹보드 규제가 추진되자 지난 5월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올해 내리막을 탄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IT업계가 성장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인터넷 사용환경은 매순간 바뀌고 있고, 기술개발 속도도 빠르다. 그런데 각종 규제는 늘어만 가고,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할 장도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승 다음카카오 홍보과장은 “IT산업 규제와 관련한 규제개혁위원회가 있어도 건설·영세상인 등의 사업 규제 논의에 가려서 논의가 복잡한 IT산업 이슈는 꺼내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가치 산정 방식도 의문이다. 통상 플랫폼·게임산업의 기업가치 산정은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사용자 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미래 수익을 추정해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가입자 수 변화가 커 투자자들은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만 하더라도 감청 이슈로 인해 불과 며칠 사이 수백만의 가입자가 이탈한 것이 그 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말 한마디에 주가가 5%씩 빠지다 보니 IT관련 소프트웨어 주식을 '국감주(株)'라고 폄하한다”며 “성장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부침이 심하다 보니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IT산업에 투자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거기에 해외진출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국내 규제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결국 해외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IT기업의 해외진출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미 IT '공룡'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미국의 구글·페이스북·아마존, 일본의 소프트뱅크,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북미·유럽·중국 등의 거대 시장은 이미 이들 기업이 선점했다.
국내 IT 대기업은 국내 시장에 서비스가 특화돼 있어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지속하려면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시장마다 문화의 차이를 고려한 서비스 개발 및 투자를 위해서 들여야 할 비용과 시간이 문제다.
투자자들은 국내 IT산업이 여러 난관에 부딪혔고, 이를 단숨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한 연기금 투자전략 담당자는“결국 성장성과 수익률, 거기에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업체인지가 투자를 결정하는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