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한 강남지역 빌딩도 텅 비었다
입력 2014.11.13 17:55|수정 2014.11.13 17:55
    3분기 공실률 9.1%로 상승
    판교·광화문으로 고객 이동
    한전 이전 등 악재 수두룩
    • [10월29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골든타워. 지난 2008년 8월 국민연금이 100% 출자한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REITs)를 통해 2450억원에 매입한 건물이다. 지하 7층~지상 20층, 연 면적은 4만479㎡의 오피스빌딩이다. 매입 당시만 해도 임대율은 99.5%에 달했으며 연간 89억원 가량의 임대 수익을 기대했다.

      현재 이 건물은 2층부터 8층까지 하층부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절반가량이 비어있다. 2011년부터 임차해온 삼성SDS가 올해 7월 잠실향군회관으로 이전한 이후 4개월이 다 되도록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람코자산신탁이 본사를 캐피탈타워에서 골든타워로 이전한 이유도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는“골든타워는 기업체 두 곳과 임대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강남 지역에는 선택할 수 있는 건물이 많아 최종 입주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강남지역의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날로증가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강남지역의 3분기 공실률은 9.1%로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한화63시티의 조사에서는 강남만 공실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강남의 공실률은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관계자는“강남 오피스빌딩 밀집 지역은 저녁 9시만 돼도 인적조차 드물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임차 수요 확보가 어려운 듯하다”며“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정보통신기업을 비롯해 외국계 기업의 임차 수요를 감당했던 강남 지역은 최근 1~2년 사이에 판교테크노밸리, 구로디지탈단지, 여의도 및 광화문·을지로 일대의 오피스빌딩에 그자리를 내주고 있다.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는 대형 오피스 빌딩이 잇따라 공급됐고 임차인 확보가 시작되면서 강남에 있던 기업들이 신축 오피스빌딩의 이점과 임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위해 이전을 결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광화문의 더케이트윈타워에 새 둥지를 틀었고, HP는 여의도 IFC 빌딩에 입주할 예정이다.

      강남지역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초반까지 오피스빌딩이 집중 공급된 이후 신규 프라임급 오피스 공급이 끊겼다. 지난 9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인수하며 향후 강남권 개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개발 완료까지 10년 정도 걸릴 한전부지 개발은 주변 지역 땅값을 들썩일 뿐 오피스빌딩 수요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 부동산자산관리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임대차회사들에 임차료를 낮 춰서라도 임차인을 확보하라고 할 정도”라며“그만큼 강남 지역에서 임차인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임차인 확보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임대차업계에선 인센티브를 받아갈 곳이 있을까하는 모습이다. 강남지역 공실률은 더 오를 전망이다. 연말까지 한국전력을 비롯한 자회사의 지방이전도 예정돼 있고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중소형 오피스빌딩도 연이어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