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규모·규제·금융당국 승인 등 걸림돌…해외자본 인수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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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8일 11:4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정부의 네 번째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이번에도 큰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 금융그룹 참여는 고사하고 교보생명 등 그나마 이름이 거론되는 후보들도 저마다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인수할 곳이 없어 매각이 어려울 것이란 애초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 매각 예비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만큼 이 결과에 따라 우리은행 매각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우리은행 민영화 성사를 위해 연구 용역을 거치고 시장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등 신중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경영권지분과 소수지분(26.97%)을 분리해 매각하기로 결정하며 가장 큰 걸림돌인 매각 규모를 줄였고, 소수지분 인수자엔 콜옵션도 부여하기로 했다. 115년의 역사 가치를 고려해 합병 후 존속법인을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은행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며 우리은행 민영화를 준비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애초부터 밝지 않은 은행업 전망, 수 조원에 달하는 거래 규모, 금융당국의 규제 등 걸림돌이 많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가 돼야 할 대형 금융지주사들마저 일찌감치 후보 선상에서 제외됐다. 거래 관계자는 “KB금융지주는 내홍을 겪었고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과의 통합에 정신이 없어 인수전 참여의사를 묻기도 어려웠다”며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난 광주은행 인수전에 얼굴을 비춤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민영화 무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하는 분위기다.
교보생명의 경우 1년여 전부터 우리은행 인수를 준비할 만큼 강한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우리은행 인수의 당위성에 대한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업은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투자 대비 시너지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단독 인수가 불가능한데다 은행 부실이 커질 경우 감수할 여력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인수전 참여를 포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수 의지도 과거에 비해 약해진 분위기다. 아직 자문단 선정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은 이런 복잡한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설사 예비입찰에 참여하더라도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법 상의 금융주력자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비금융주력자는 금융위원회 승인 시에도 은행 지분 10% 까지만 인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해서는 금융주력자여야만 한다.
교보생명은 단독 인수 여력이 없어 다른 투자자의 참여가 필수다. 다만 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든 사모펀드(PEF)를 구성하든 특수관계인(동일인)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투자자 역시 금융주력자여야 한다. 전업 금융사를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비금융주력자기 때문에 해외의 금융주력자를 투자자로 데려와야 한다.
자금 조달이 가능하더라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 개인이 대주주로 있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신 회장 개인의 의사가 은행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의 지배주주로서 적합하고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산업의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지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의중이 많이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4대 시중은행인데다 기업금융 비중도 높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은행을 개인 지배력 아래에 두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이는 중국 안방보험그룹을 비롯한 다른 해외 투자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해외 자본의 우리은행 인수를 막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해외 자본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