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깜짝 빅딜까지…삼성 임직원 '좌불안석'
입력 2014.12.01 09:06|수정 2014.12.01 09:06
    삼성 임직원, 대규모 인사 및 조직개편 가능성 촉각
    • [11월28일 09:41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꺾이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나오는 가운데, 그룹 내 존재감이 미미했던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기로 하면서다.

      이번 ‘빅딜(Big Deal)’로 드러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방침상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사·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좌측(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 ▲변승완 삼성탈레스 대표이사 ▲ 손석원·정유성 삼성종합화학 사장

      삼성그룹은 지난 26일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4곳의 방위산업, 정유·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1조9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워낙 극비리에 진행된 매각 건이다 보니,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그룹 내부에서도 매각 사실을 알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발표였던 만큼 해당 계열사 직원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매각에 포함된 계열사 관계자는 "섭섭한 마음이 크다"며 "아무것도 모른 상황에서 대주주의 결정에 한순간에 직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에 매각이 확정된 후 삼성테크윈 사장은 직원 달래기용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담화문에는 영상감시와 에너지 장비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과 더불어 이번 매각 건에 동요하지 말고 이겨내자는 격려의 메시지도 포함됐다.

      비단 매각되는 계열사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 계열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언론 보도 이후 아침에 비상회의가 진행됐다"며 "비상회의에선 해당 계열사 재무책임자(CFO)조차 매각 사실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이 재계 안팎의 예상을 벗어난 사항이라 연말 인사와 더불어 진행될 조직개편에도 세간의 이목(耳目)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우선 이번 매각에 해당하는 계열사 사장들은 당장 교체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매각을 앞둔 4개 계열사 중 삼성 사장단에 포함된 사람은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 손석원·정유성 삼성종합화학 사장 등 3명이다. 이들은 내년 1~2월에 진행될 실사 작업 등 매각 작업을 마무리해야 해서 올 연말인사에선 자리 이동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는 사장단을 비롯해 인사 후 폭풍이 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부문의 인사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전년동기 대비 60% 감소하는 등 전자 부문 전 계열사 실적이 부진함에 따라 임원 감축 및 대규모 인사이동이 불가피 하다는 예상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임원의 20% 감축설이 나오고 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에 따라 대규모 임원 감축은 피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신종균 무선사업부(IM) 사장의 교체설이 힘을 얻고 있다. 신 사장이 삼성의 모바일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자부문 계열사 외에도 건설·조선 부문의 인사 및 조직개편도 큰 폭에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불발되면서 해당 계열사의 구조조정도 큰 폭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합병 이전부터 합병에 성공하면 25% 수준의 구조조정, 실패하면 50%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다"며 "건설업의 특성상 계약직 비중이 높고 경기에 민감해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게 대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차례 구조조정을 겪은 삼성 금융사 임직원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저성장·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금융사로선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책으로 연말 감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삼성화재는 상시전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카드도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재실시한다.

      삼성그룹 금융사 관계자는 “이번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이 남 일 같지 않아 직원들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긴장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재용 시대의 개막을 알리면서 진행된 이번 매각에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은 언제든 ‘삼성’ 뺏지를 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삼성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회사 전반적으로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실적이 부진할 경우 삼성 간판을 떼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회사 내부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