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배당 논란 SC은행 종합검사 연장할까
입력 2014.12.03 09:31|수정 2014.12.03 09:31
    동북아총괄본부·배당계획 중점 사항
    금감원, 이메일 조사 미리 알려준뒤 일주일 지나서야 검사
    감사원 감사에 수장 교체까지…"분위기 뒤숭숭"
    • [12월02일 10:1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가 한달 째를 맞았다. 금융당국은 SC은행이 거액의 배당금을 영국본사에 송금하려는 계획이 담긴 내부 문서를 확보했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SC은행의 전면적인 로비 계획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당국의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인데다가 금감원장 교체 이후 은행검사국 후속 인사까지 이뤄지면서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SC은행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위해 검사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금감원이 SC은행의 검사를 통해 들여다보는 쟁점은 동북아총괄본부 설립과 배당 계획이다.

      동북아본부의 경우 현재 SC금융지주를 없애고 관련 업무를 동북아본부로 이관 시키려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SC가 발표한 동북아총괄본부의 실제 역할은 아제이 칸왈 행장과 그레고리 존 포웰 재무최고책임자(CFO) 등 외국인 임원들이 금융당국의 징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이고, 한국인 행장 선임 역시 한국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배당은 SC은행이 영국 본사에 배당금으로 11억달러, 1조1620억원을 보낸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해 한국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조직적 로비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SC은행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는 생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임원진과 박창섭 부행장 등이 연초부터 그룹 본사와 논의한 각종 자료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회사 측이 증거를 인멸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SC은행에 이메일을 조사하겠다고 통보한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실제 조사에 들어갔다"며 "이것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미리 통보하는 것과 별반 다를바 없는 것처럼,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대개 한달 정도 지속된다. 거기에 사안에 따라 추가로 2~3주 더 걸릴 수도 있다. SC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감사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일단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금감원이 SC은행을 제대로 검사했을지, 그리고 앞으로 남은 기간 안에 뚜렷한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11월말부터 금감원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이번 감사는 조직의 재무, 인력, 예산 등 전반적인 현황을 살펴보는 기관운영감사라지만 일각에선 SC은행의 전방위적 로비와 금감원의 상관 관계 사안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신 SC은행 이사회 의장도 "회사 임원 중 한 명이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SC은행에 대한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하면서 고배당 논란이 더 커졌고, 이 때문에 금감원이 지금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사 이슈도 있다.

      SC은행은 지난해 총 3000억원의 배당을 추진하다 금융당국의 제동에 1200억원(중간 500억원, 결산 700억원)만 배당한 바 있다. 새로 취임한 진웅섭 금감원장은 '시장자율'과 '간섭최소화'라는 감독 방향을 제시했다. 신임 금감원장이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금융권은 주목하고 있다. 알각에선 시장자율과 간섭최소화를 앞세워 검사가 유야무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수장 교체에 따른 후속 인사도 변수다. 진웅섭 금감원장 선임 이후 제재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최종구 수석부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이는 대대적인 인사개편의 신호탄으로 여겨졌고, 특히 은행검사국이 타깃이 됐다.

      은행 감독 및 검사국을 담당하는 조영제 부원장은, 진 원장보다 나이가 많다. 이에 조 부원장이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고 결국 금융위원회는 2일 최종구 수석부원장, 박영준 부원장과 더불어 조영제 부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의원면직 처리했다.

      조 부원장과 함께 은행·비은행 검사부서에 있는 박세춘 부원장보는 최 전 원장의 핵심측근으로 여겨지는 임원인 만큼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부원장 라인뿐 아니라 국장급 인사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한 후 재신임을 묻는다. 현재 은행검사국은 구경모 국장이 맡고 있다.

      조영제 부원장-박세춘 부원장보-구경모 국장으로 이어지는 은행국 검사라인이 무너진 만큼 현재 SC은행에 대한 검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은행의 고배당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금융당국은 SC은행에서 한 말만 믿다가 문건을 확보한 이후에야 부랴부랴 검사에 돌입했다"며 ""SC은행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감안한다면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 검사 기간 자체를 더 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