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화두 던진 삼성-한화 빅딜…투자시장은 '양극화' 우려
"비주력계열사·후계 승계에서 먼 기업은 투자 재검토 필요"
독자신용등급 도입 필요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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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0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의 2조원 규모 빅딜(Big Deal)이 다른 대기업들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투자시장의 화두도 마찬가지다.
그 해석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KT ENS 사태 이후 다소 잠잠해진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우려)이 이번 삼성과 한화의 빅딜로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기업이라고 해도 비주력 계열사이거나 후계 구도에서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투자 여부는 물론이고 기존의 투자에 대해서도 재검토해 주력 기업을 ‘선택’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금융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넘긴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탈레스, 삼성토탈은 한 때 그룹 내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했지만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곳으로 분류돼 왔다.
그래도 외부 매각을 통해 정리할 것이란 예상까지는 못했다. 삼성그룹의 후계 승계과정에서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가 나눠 가지는 형태로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화학의 경우 최근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봤고, 삼성테크윈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통한 도약을 시도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전망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그리고 ‘삼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와 가치를 고려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왔다.
삼성토탈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설비투자를 위해 지속적으로 채권을 발행해왔다. 현재 발행 잔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채권투자자들은 삼성그룹 채권을 담을 수 있다는 기회로 보고 투자했다. 삼성테크윈의 채권 잔액은 2500억원이다.
그런 예상과 기대는 빗나갔다.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 발표된 지난 26일 금융시장의 충격은 상당했다. 삼성테크윈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매각되는 삼성 계열사들의 채권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이 매도 주문을 연달아 냈다. 매수자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이번 삼성-한화 빅딜을 접한 금융시장의 일각의 분위기는 거래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2012년 LIG그룹의 LIG건설, 2014년 KT그룹의 KT ENS 법정관리 신청과 같은 부실기업 꼬리자르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는 파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대기업 집단 이름으로 투자를 합리화할 수 없음을 재확인시켰고, 최우량 기업 집단이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는 인식을 남겼다. 후계구도에 영향이 없다면 더더욱 신중한 투자를 할 필요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부문 임원은 “삼성-한화의 빅딜은 대기업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고 다른 대기업들도 이번 사례를 적극 검토하는 등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대기업 계열사라고 해도 비주력이거나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면 정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며 “결과적으로 투자 심리, 금융시장의 돈이 대기업의 주력 계열사로 집중되고 비주력 혹은 신성장동력 사업에는 투자 심리가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모회사 또는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신용등급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그룹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대한 10가지 판별 기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계열사의 펀더멘털 ▲그룹 차원에서 본 계열사 영위사업의 전략적 중요성 ▲그룹의 사업전략이 다각화냐 역량집중이냐 여부 ▲그룹의 출자구조상 중요도 ▲계열사의 사업 및 재무적 거래관계 ▲설립연차 ▲계열사 채무부담 성격 ▲사회적 파장 측면에서 본 계열사 영위업종 ▲그룹의 재무구조 차이 ▲시기적 특성을 그룹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에 대한 체크리스트로 제시했다. 삼성그룹이 정리한 4개사의 경우 상당 부분이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