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출구전략 진두지휘한 인물은 누구?
입력 2014.12.08 09:15|수정 2014.12.08 09:15
    SC은행 "실무진 작성"…SC 아시아 전략담당 헤드 등 관여
    금융당국, SC '먹튀' 감독은커녕 SC은행 대변인 역할 자처
    • [12월05일 14:2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금융당국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고배당 계획과 관련해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이메일 검사에 착수하면서 SC은행의 출구전략을 누가 주도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SC은행 전현직 임원 이메일 등 관련 내용에 대해 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SC은행이 거액의 배당금을 영국본사에 송금하려는 계획이 담긴 내부 문서를 확보했다.

      SC은행 대외비 보고서에는 SC그룹이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1조1620억원(약 11억달러)에 이르는 돈을 두 차례로 나누거나 한꺼번에 본사로 송금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특히 SC은행은 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올 4월부터 우리 정부 최고위층과 금융당국 기관장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접근할 지와 한국 정부에 제시할 회유 수단까지 주도 면밀한 실행계획 내용까지 있었다.

      해당 문건이 드러나자 SC은행과 금융당국측은 실무진이 작성했다며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문건을 작성하고 배포한 당사자는 SC 본사와 아시아 본부의 주요 임원들이 주축인 것으로 드러났다. SC은행의 1조원 규모 본사 송금 계획에는 마크 핸슨(Mark Hansen), 마크 워커(Mark Walker) 등 SC 본사와 아시아 본부의 주요 임원들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부즈 앨런 해밀턴(Booz Allen Hamilton)' 출신인 마크 핸슨은 SC 아시아 지배구조 및 전략담당 헤드로서 SC 아시아의 2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크 핸슨은 한국SC금융지주 및 한국SC은행 비상임이사도 역임하고 있어 한국SC그룹의 내부 사정을 꿰뚫고 있다.

      또 한명으로 언급된 마크 워커(Mark Walker)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 상무~전무이사급)는 SC의 그룹 전략 공동 헤드를 맡고 있다.

      당초 SC은행은 "공개된 보고서는 실무진 차원에서 작성된 보고서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SC 본사와 아시아의 전략 담당 헤드들이 모두 참여한, 그룹 수뇌부의 조직적인 엑시트(출구) 계획이었다.

      금융당국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해당 문서를 실무진이 작성했다는 SC은행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먹튀' 하려는 SC를 감독하기는커녕 대변인 역할을 자처한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이 SC은행에 이메일을 조사하겠다고 통보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조사에 착수하면서 증거 인멸을 사실상 방조했다"며 "SC의 조직적인 회유 정책에 흔들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