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2조원 상회…인수대금은 단순차입보단 자산 매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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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08일 16:5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2조원 규모의 빅딜(Big Deal)을 계기로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속도를 내게 됐고, 한화는 주력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게 됐다. 다만 한화의 경우 석유화학산업에서 수익성 확보, 향후 인수대금 마련 등이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은 8일 스페셜코멘트를 통해 한화와 삼성의 빅딜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 ▲재무제표 및 현금 유동성 측면 ▲지배구조와 후계구도 관점에서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한신평은 "이번 빅딜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서도 "다만 한화그룹은 그룹의 사업위험이 석유화학에 편중됨으로써 실적 및 채무상환능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부담을 안게 되었고, 1조9000억원의 인수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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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총자산 대비 매출액이 4%에 머무르는 비주력 사업의 정리이기 때문에 그룹의 포트폴리오나 재무적 측면에서 받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반면, 한화그룹에는 큰 변화가 예고된다.
한화그룹의 경우 양수도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상에서 석유화학 분야가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매출액 기준 한화그룹 내 석유화학 부문의 비중은 18%에서 41%로 대폭 증가하게 된다. 대림산업과 공동 경영하는 여천NCC 매출액 7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종합적으로 국내 1위 석유화학 사업자 지위에 오르게 된다.
한신평은 한화그룹이 석유화학 분야에 집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장점도 있지만 실적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품 다각화를 통한 안정화, 대량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측면이 긍정적이지만 석유화학 업황 자체가 침체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종합화학이 연산 200만톤까지 가능한 테레프탈산(TPA)의 경우 중국의 자급률이 90%가 넘는 상황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삼성토탈이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파라자일렌(PX) 설비는 설비 투자 과잉으로 차입금 부담도 크다.
한신평은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인수로 석유화학 산업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입장벽, 정부주도 산업 성격임을 감안하면 안정성과 수익성이 양호하다는 판단이다.
한신평은 "PX 투자비와 관련한 차입금 상황재원 조달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그룹 편입 후 삼성토탈의 사업 다각화 효과와 삼성종합화학의 수출경쟁력 회복 추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인해 한화그룹은 유동성 측면에서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호한 재무구조의 삼성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부채비율 자체는 소폭 개선될 수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인수자금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추가적인 투자부담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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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를 위해 각 사별로 ㈜한화 8400억원, 한화케미칼 5081억원, 한화에너지 5519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현금창출능력을 감안하면 유동성에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한화의 경우 자산 매각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현재 ㈜한화는 현금성 자산 922억원, 한화생명·한화케미칼·한화건설 등 계열사 보유주식 총 3조7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금액만 보면 삼성 계열사 인수대금으로 내년 6월까지 당장 지불해야 할 4200억원 마련에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별도 기준 차입금이 이미 2조원을 넘어간다. 한신평은 "기존 차입금이 과중하므로 단순 차입보다는 자산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이번 빅딜처럼 지원 주체의 변경, 경상적 그룹내 거래관계의 변화, 브랜드 파워 변화 등이 발생하는 계열사 매각이나 계열분리 같은 채권자 지위의 극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계열사 변화, 한화그룹의 자금조달 과정과 석유화학 비중 증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