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전년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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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08일 16:2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4대 그룹이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늘었다. 하지만 그룹별로 살펴보면 회사채 시장을 대하는 각 그룹의 다른 입장을 확인 할 수 있다.
SK와 LG는 저금리 장기화 기조에 발맞춰 차환 및 운영자금 조달용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일반 회사채 주선 1위에 오른 데도 SK와 LG의 주관 물량 확보가 주효했다.
반면 넉넉한 현금 보유고를 갖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는 발행 규모가 소폭 줄거나 늘었지만, 특이 사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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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13조6000억원가량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소폭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기업집단에 등록된 그룹의 회사채 발행 중 50% 가까운 수준인데다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우량 회사채인만큼 회사채 시장에서 4대 그룹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 중에서 SK그룹은 가장 큰 '고객'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4조6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국내 기업집단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SK는 올 들어선 10월에 이미 6조원에 가까운 채권을 발행했다. 나머지 그룹들이 3조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4대 그룹 발행의 거의 절반이 SK 회사채인 셈이다.
단일 계열사로는 SK㈜가 1조500억원으로 가장 컸고 그 다음이 SK텔레콤(8000억원)이었다. 사업군별로 보면 SK에너지(6000억원), SK종합화학(4000), SK인천석유화학(3000억원), SK가스(3000억원), SK이노베이션(2600억원), SK루브리컨츠(1500억원) 등 에너지 및 석유화학 관련 계열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LG그룹도 회사채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룹 전체 발행은 3조3800억원이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자금을 채권 시장에서 조달했다. LG전자는 올해 공모채 1조1000억원, 사모채 2000억원 등 1조3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단일 회사의 발행으로는 최대 규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안 하면서 자금 수요가 줄었지만 발행규모 통계를 보면 차환용으로 발행은 이어지고 있다"며 "SK의 경우 화학 및 정유 계열사들이 많아 운전자금 소요 많고, LG의 경우 LG전자를 위시한 전자 계열사들의 조달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특히 자금조달 규모가 큰데 회사의 전체 외형을 감안하면 아직 과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회사의 성장성이 주춤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래도 외부 차입 규모가 많긴 많다"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의 회사채 주선 실적도 SK와 LG그룹 회사채 주관 여부에 따라 갈렸다. 일반 회사채 주선 1위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대표주관 5조5249원 중 SK가 1조2645억원, LG가 5191억원을 차지한다. 상위권에 포진된 KB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역시 SK와 LG의 대표주관에 적극 참여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경우 채권 발행 규모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줄었다.
현대차는 2조4455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채권 발행은 전년에 이어 올해도 없었다. 다만 현대제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8000억원 이상의 채권을 발행했다. 절반 이상은 차환발행이었다.
지난해 2조75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던 삼성은 올해 2조원을 발행하며 소폭 감소했다. 발행 기업도 7개사에서 4개사로 줄었다. 앞으로 삼성그룹 회사채는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잇따른 계열사간 합병과 매각으로 발행 가능 기업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삼성그룹 회사채 발행에 상당 부분을 차지해 온 삼성에버랜드,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이름의 회사채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시장에선 벌써부터 삼성그룹 회사채 품귀현상이 예고된다"며 "덕분에 현대차, SK, LG 등 다른 4대 그룹의 회사채 발행 여건은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