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빈틈 이용해 주선 실적 1위
DCM 선두 경쟁 연말까지 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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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09일 09:2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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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본시장(DCM)을 이끌고 있는 대형 증권사 중 2곳인 K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최종 회사채 주선 순위를 놓고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마무리에 접어드는 이번달 중후반까지도 두 증권사 간의 경합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전망인 가운데 K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위상이 올해는 다소 변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1월30일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된 회사채 증권신고서를 기준으로 K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주선한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ABS) 규모는 각각 7조8629억원, 7조173억원씩이다. 약 8400억원 수준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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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KB투자증권은 올해 힘을 다소 잃은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KB투자증권을 맹추격하는데 성공한 양상이다. ABS를 제외한 일반회사채(여신전문회사·발전 자회사 포함, 일괄제외) 주선 실적만 놓고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체 주관과 같은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이 주선한 일반회사채 규모는 각각 5조6649억원, 5조5486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근소한 차이(1163억원)로 선전 중이다.
K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주선 실적 대결은 연초부터 치열하게 시작됐다. 첫 분기 동안 두 증권사는 1위가 아닌 2·3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1분기 전체 주선 실적 1위 자리는 신한금융투자의 몫이었다.
순위가 뒤집힌 건 올 4월부터다. KB투자증권은 4월에 5000억원 규모의 삼성에버랜드 회사채 발행의 단독대표주관을 맡으며 전체 주선 실적 1위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2분기에 LG전자 회사채 발행(6000억원)의 공동대표주관을 필두로 7·8월에 롯데케미칼(6500억원)·대우인터내셔널(4000억원)·포스코에너지(2000억원)의 공동대표주관에 참여하며 상반기 내내 전체 주선 실적 1위 자리를 사수했다.
그 기세가 꺾인 시점은 8월 중순 즈음이다. 바젤 III 도입으로 금융기관들이 조건부 자본증권, 이른바 코코본드 발행을 시작하면서다. KB투자증권은 가장 먼저 코코본드 발행에 나선 JB금융지주의 2000억원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의 대표주관을 맡으며 DCM 최강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코코본드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과 채권으로 인정되는 조건부 후순위채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투자수요를 모으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KB투자증권은 이 코코본드에 발목을 잡혔다. 동양증권 사태에 덴 금융감독원이 개인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KB투자증권과 JB금융지주에 수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신고서에 개인투자자 내용을 강화할 것을 거듭 요청했다. 결국 9월 들어서야 시행된 수요예측에서 발행규모의 절반이 안 되는 투자수요만 참여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첫 코코본드 발행이다 보니 금융당국의 눈초리가 따가워 KB투자증권이 진행하기에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라며 "다른 증권사가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과정을 보고 연착륙했다면 좋았겠지만, JB금융지주가 광주은행 인수자금 조달 시기를 늦출 여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KB투자증권은 JB금융지주의 미매각 코코본드를 떠안으며 이후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발행의 대표주관 자리는 맡지를 못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주관 실적이 잠시 주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틈을 타 한국투자증권이 일반회사채 대표주관의 신(新)강자로 떠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2분기 들어 S-Oil 회사채 발행(3600억원)의 단독대표주관, LG디스플레이(2000억원)·농협금융지주(7000억원)·대우조선해양(5000억원) 회사채 발행의 공동대표주관에 참여했다. 3분기 들어서는 KT(6000억원)·롯데케미칼(6500억원)·LG유플러스(3000억원)의 주관에도 이름을 올리며 전력질주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다른 대형증권사와 달리 은행이나 모그룹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백방으로 뛰었다"며 "기업들과 한 번 맺은 우호적인 관계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두 증권사의 올해 막판 대표주관 실적에는 삼성-한화 빅딜도 영향을 미쳤다. KB투자증권은 삼성테크윈이 올해 연말 발행하려했던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단독대표주관사로 내정됐었다. 그러나 삼성테크윈이 한화그룹으로의 편입 결정 이후 회사채 발행을 취소하며 막판 실적 쌓기 기회를 놓쳤다.
마지막 남은 한달 동안 KB투자증권이 특별한 ABS 주선 실적을 올리지 않고 한국투자증권이 대형 회사채 발행에 주관을 맡는다면 전체 주선 순위도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