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징계 내린 SC행장 선처 부탁
입력 2014.12.18 08:27|수정 2014.12.18 08:27
    신 위원장, 인도네시아 금융수장에게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 나이스 가이, 잘 봐달라" 선처 부탁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 지적
    • [12월17일 15:3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에게 리처드 힐 전(前)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장에 대해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힐 전 행장은 인도네시아 SC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지만 한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 때문에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선임이 거부됐다. 신 위원장의 이같은 행동은 개인적인 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처신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제윤(사진)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말 물리아만 하다드(Muliaman D. Hadad)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청장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개인적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위원장은 하다드 청장에게 "리처드 힐 전 행장을 추천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고 직접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신 위원장은 "리처드 힐은 직업적으로 괜찮은 사람(he is a nice guy with high professional standards)이며 또한 어디에 있든지 매우 헌신적인 사람(he’s also very dedicated, wherever he is)"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기회가 된다면 그를 잘 봐달라(If you have the chance, please ask your staff to look after him)"며 마무리 했다.

      영국 SC그룹은 지난 1월 임기를 약 2년 남겨둔 리처드 힐 한국SC은행장을 전격 교체했다. 힐 행장은 2008년 재무담당 최고책임자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으며 2009년 12월부터 한국SC은행장을 지냈다. 교체 이유는 계속되는 실적 부진과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 때문이었다.

      리처드 힐 전 행장은 지난 2월 은행법과 약관규제법 등에 어긋나는 미확약부 대출약정(대출한도가 남은 약정금액을 은행이 임의로 회수·취소)을 대거 일삼은 사실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신 위원장이 선처를 부탁한 시기에는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건으로 금융당국의 SC 징계심사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힐 행장은 당초 인도네시아 SC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지만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한국에서의 징계를 이유로 선임을 거부했다.

      개인적인 친분 여부를 떠나 징계를 내린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당국이 분명한 사유를 갖고 징계한 인물을 다른 나라 금융당국에 추천하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니냐"며 "한국의 금융 기관의 감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 위원장이 어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메일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일부 전현직 관료들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대다수 선량한 관료들이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로비에 매수당한다는 오해를 받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인베스트조선은 신 위원장이 이 같은 메일을 보낸 사실에 대해 공식 질의를 했지만 금융위원회는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무슨 이유로 이런 것을 물어보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