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팬오션 인수자금 1조원 어떻게 조달하나
입력 2014.12.19 10:58|수정 2014.12.19 10:58
    • [12월17일 20:4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자금 1조원 조달에 대해 금융권에선 '충분한 조달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60여개 기업으로 이뤄진 하림그룹은 곳곳에 현금이 있고, 주력 회사들과 상장 자회사의 지분 가치, 현금흐름개선에 따른 차입 한도 확대 등이 그 이유로 제시됐다. 현재까지는 시중은행들이 인수금융 참여에 부정적이지만 하림그룹과의 거래 관계를 감안했을 때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다.

      “하림그룹, 인수자금조달 무난"
      제일홀딩스 상장 자회사 지분 담보 활용
      NS쇼핑, 상장 후 가치도 반영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유상증자 8500억원, 회사채 인수 2100억원 등 총 1조600억원을 팬오션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관계자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2년 후에 팬오션이 매물로 나온다면 그때는 1조원이 아니라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20%인 1700억원은 JKL파트너스가 책임지기로 했다. 2400억원은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주체인 제일홀딩스가, 나머지 4400억원은 하나대투증권을 통해 인수금융으로 조달한다. 회사채 인수자금 마련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채권단을 통해 브릿지론을 받아 법정관리 졸업 후 상환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의 자금조달은 주요 상장사와 상장 예정 기업의 지분을 활용해 이뤄진다. 제일홀딩스는 하림그룹의 최상위 지주회사로 (주)하림, 하림홀딩스, 팜스코, 선진의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지분율을 적용한 시가가치는 7407억원에 달한다.

      특히 하림홀딩스에는 NS쇼핑 지분 40.71%가 있다. NS쇼핑은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에 있다. 목표 시가총액은 8500억원이며 내심 1조원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 하림그룹의 인수자금 마련에는 팬오션 지분과 함께 제일홀딩스의 하림홀딩스 지분이 주요 담보로 제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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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국기업평가, 한국거래소, IB업계, 인베스트조선

      하림그룹의 현금흐름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지난해 상장사 4곳의 EBITDA는 1915억원(하림홀딩스는 연결기준)에 그쳤지만 올해 3분기 현재 164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 계산시 연간 기준 2200억원 내외. 여기에 제일사료 등 비상장사의 EBITDA까지 더하면 27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하림그룹의 총차입금(유산스 제외)은 1조원 내외로 차입여력을 EBITDA의 5배 수준 정도로 봤을 때 추가 차입 여지가 있다.

      이번 거래 관계자는 “하림그룹의 주요 상장사 지분 가치와 하림홀딩스 내에 있는 NS쇼핑 지분 가치, 보유 현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에 가용한 현금동원 규모는 90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팬오션 지분 일부 매각 전망
      곡물운송 비용 절감, 현금흐름개선
      내년 봄, 거래 종결 예정

      차입금 상환 계획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팬오션 지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가 유상증자를 할 경우 지분 58%를 쥐게 된다. 이 가운데 하림그룹은 팬오션 지분 46.4%를 확보한다. 상장사의 경우 경영권 지분은 35~38% 정도만 유지해도 된다. 팬오션 지분 10% 가량을 매각할 수 있다. 해운 시황의 회복이 더뎌 주가가 제자리를 머문다고해도 하림그룹은 1500억원 가량을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제일홀딩스가 보유한 주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블록딜 형태로 매각해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 NS쇼핑을 상장한 후 일부 지분을 매각해 차입금 상환 재원으로도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을 비롯한 주요 차입금을 3~5년내에 상환한다는 것이다. 해운 시황 회복이 빨라 팬오션의 주가가 오르면 상환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곡물의 경우, 원가에서 운송비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하림그룹과 팬오션이 시너지를 통해 각각의 현금흐름을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림그룹은 이날 법원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보를 받았다. 내년 1월중 정밀 실사를 거쳐 3~4월에 본계약을 체결한 뒤 팬오션 인수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