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행장 취업 선처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안이한 해명
입력 2014.12.22 09:00|수정 2014.12.22 09:00
    금융위 "인도네시아 금융청장 취임 축하 메시지…리처드 힐 언급 일부"
    금융청장 취임 2년 지나 축하…"리처드 힐 선처 위해 메일 작성" 밝혀
    업계 "금융당국 수준과 한국 '격' 떨어뜨려…문제 인식 못하나" 우려
    • [12월18일 17:5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원래 위원장님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과 친한 사이다. G20 등 오며 가며 자주 본 사이로, 이번에 인도네시아 금융청장에 올라 축하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리처드 힐 전 행장 관련해서는 '그냥 이런 사람이다'라는 메시지였다. 아무 문제 될게 없다. 축하메시지 전문 중에 마지막 몇 줄 넣은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에게 한국SC은행 전임 행장의 선처를 부탁한 이메일을 보낸 것에 대한 금융위의 입장이다.

    • 신제윤(사진) 금융위원장은 이메일을 통해 물리아만 하다드(Muliaman D. Hadad)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청장에게 "OJK의 새로운 수장이 된 것을 축하한다(Congratulations on your new appointment as Chairman of the OJK!)"고 전했다.

      신제윤 위원장이 물리아만 하다드 청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은 지난 3월말이다. 하다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부총재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이 된 시점은 2012년 7월이다. 금융위의 해명 대로라면 신 위원장이 하다드 청장에게 취임 2년이 지나서야 축하 인사를 하게 된 셈이다.

      신 위원장은 하다드 청장에게 "리처드 힐 전 행장을 추천하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I am writing this e-mail is to recommend Richard Hill, the present President and CEO of Standard Chartered Bank Korea and Standards Chartered Financial Group Korea)"고 직접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위가 밝힌 대로 마지막 몇 줄은 넣은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리처드 힐 전 행장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언급돼 있다.

      하지만 금융위의 해명을 차치하고서라도 신제윤 위원장과 금융위가 이 문제에 대해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금융업계의 시선이다.

      금융위가 징계를 내린 전임 외국인 행장을 위해 금융위 수장이 다른 나라의 금융당국 수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접 선처를 호소한 것 자체가 금융당국 수준과 한국의 '격'을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공개적으로는 징계를 내리고선, 비공개적으로는 그 징계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신 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임을 잊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신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잘못된 행동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SC가 전방위로 로비를 펼쳤다고 하더라도 앞서 징계를 받았고, 또 다른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던 외국인 행장의 구직 선처를 신 위원장이 받아들였다"며 "신 위원장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지난 3월말 신제윤 위원장이 물리아만 하다드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에게 보낸 이메일의 전문이다.

      Dear Muliaman D. Hadad,

      It’s been quite a while since we last spoke. First things first - Congratulations on your new appointment as Chairman of the OJK!
      It seems like it was only yesterday that we worked together at the G20 and ASEAN+3.Those were the good times. Now we’re both leaders of our own countries’ financial authorities. Time really flies. I was going to visit Indonesia last year, and again this year. But unfortunately, both schedules had to be cancelled due to some major domestic issues, including the DongYang fraud and credit card data leak. Financial supervision is pretty tricky, I have to say.
      I am writing this e-mail is to recommend Richard Hill, the present President and CEO of Standard Chartered Bank Korea and Standards Chartered Financial Group Korea. I hear that he wishes to become the next President Director of PT Permata Bank Indonesia. Based on my experience, he is a nice guy with high professional standards and he’s also very dedicated, wherever he is. I think you will feel the same once you get to know him. If you have the chance, please ask your staff to look after him.I hope to see you soon. Take care.

      Best, Je-Yoon Shin
      Chairman of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