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논란 딜레마에 빠진 KB
입력 2014.12.23 08:30|수정 2014.12.23 08:30
    [Weekly Invest]
    윤웅원 부사장·박지우 수석부행장 등 KB 사태 관련 임원 퇴진 유력
    금융당국 요구에 KB 관치 논란 재점화 가능성
    • [12월21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KB금융그룹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에 이어 KB 사태와 관련된 임원진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윤종규 회장은 이달 30일쯤 KB금융 계열사 사장 및 지주사 임원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관심은 윤웅원 KB금융 부사장과 박지우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퇴임할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국민은행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일단 윤 부사장과 박 부행장은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조만간 퇴진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24일 정례회의를 통해 KB금융의 LIG손보 승인 여부를 지을 예정이다. 금융위가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조건으로 윤 부사장과 박 부행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윤종규 회장이 이미 금융당국에 윤 부사장과 박 부행장의 퇴진을 보고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간 지배구조 안정화의 요건으로 주전산기 교체 비리 관련 징계받은 자들을 문책할 것을 KB금융지주에 요청했었다. KB사태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건호 행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나머지 사외이사 및 상임이사에 경징계인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때 윤 부사장과 박 부행장 역시 경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또다시 KB금융에 대한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인사문제·특정 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입설을 부인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간섭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KB 입장에선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치 논란에 자유로웠던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관치 논란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KB금융은 금융위의 LIG손보 승인 발표 전, 금융당국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임원인사 발표 시기를 24일 전으로 고심했다. 하지만 평년대로 연말에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LIG손보 인수를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리 금융당국에 조건을 맞추겠다는 보고를 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에 만족할 만한 신호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KB사태의 주역 중 한명인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에 대해선 금융위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병기 상임감사는 금감원에 KB금융의 전산비리를 알린 인물이다. 정병기 감사의 자리보전에 대해선 KB금융그룹 내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국민은행은 정 감사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시선이 강한 반면, KB금융지주는 내부고발자 혹은 트러블메이커라는 불편한 시선이 있다. 정병기 감사는 재무부, 기획재정부, 금융연구원 등을 거친 관피아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