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유진證 IB, 생존비법은 '속도'"
입력 2014.12.24 07:00|수정 2014.12.24 07:00
    [염호 유진투자증권 IB 본부장 인터뷰]
    리스크관리 거쳐 모든 절차 30분만에 'OK'
    "엑세스바이오·FNC엔터 성공 힘입어 직접투자 지속"
    "미주·중국 등 전문인력 바탕으로 해외기업 IPO 적극 나선다"
    • [12월11일 15:07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 9개 증권사가 인수단을 이룬 두산그룹 패키지 거래(유상증자 3000억원·BW 1000억원·CB 1000억원·EB 2200억원)에 참여했다. 인수 물량 배정 과정에서 400억원의 추가 물량이 나오자,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인수키로 하고 내부 절차를 밟았다.

      리스크관리 협의체 및 대표이사 결재까지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 발 빠른 의사결정으로 수 억원의 인수 수수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 염호 유진투자증권 IB본부장은 "대형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은 필수"라며 "리스크관리를 소홀히해선 안되지만 '돈이 된다' 싶은 거래에서는 빨리 움직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IB본부는 올해를 포함해 최근 3년 연속 사업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달 초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시종일관 미소띤 표정이었다. 지난해엔 목표 대비 260%, 올해엔 목표 대비 130%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수장의 여유가 엿보였다.

      일부 경쟁사들은 "리스크관리가 허술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고 실적을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염 전무는 리스크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사결정과 리스크관리 협의 절차가 빠른 것과 리스크관리에 허술한 건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염 전무는 "우리회사 역시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까다롭게 점검하고 반대하는 건 똑같다"며 "다만 IB본부가 의사결정이 빠른 부서로 정평이 나있는데다 리스크관리 부서의 협조가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판단과 실행'은 IB에서 20년간 내공을 쌓아온 염 전무의 경영 지론이다. 이런 방침을 KDB대우증권 등 대형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본부 인력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의사결정 시스템 덕분에 유진투자증권은 자기자본투자(PI) 분야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초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FNC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전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대표주관 수수료(10억원) 외에도 투자금액의 수 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지난해엔 미국 진단시약 전문업체 엑세스바이오의 IPO 과정에서 20억원의 직접투자를 통해 100억원 가량의 투자수익을 냈다.

      증권사가 비상장기업 투자 후 직접 상장을 주관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 새로운 비즈니스는 아니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이 '실적'을 내며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가 달려들 정도로 주식 인수 시장에서 뜨거운 비즈니스가 됐다.

      염 전무는 "대표 주관사가 기업에 직접 투자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관리측면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회사를 더욱 신뢰하게 된다"며 "증권사가 좋은 기업에 직접투자 하고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기업과 일반투자자, 주관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 전무는 이 같은 자기자본 투자와, 엑세스바이오를 통해 쌓은 해외기업 IPO의 레코드를 바탕으로 앞으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아파치골프로 잘 알려진 미국 골프용품 업체 매트릭스(MATRIX)와 주관사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장작업에 돌입한다. 본격적인 상장작업에 앞서 회사는 IBK캐피탈·산은캐피탈 등으로부터 각각 10억원씩 상장 전 투자를 유치해 놓은 상태다. 이외에도 현재 미국과 중국 등의 성장유망기업 수 곳을 눈여겨 보고 있다.

      염 전무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조직확대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이제껏 '작지만 강한IB'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면, 어느 정도 내실이 갖춰진 내년부터는, 조직확대와 비즈니스 라인업 구축에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약 10여명 전문인력 충원을 통해 오는 2016년까지는 약 60여명의 조직으로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염 전무는 "동일한 규모의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 훨씬 적은 인원을 갖고 시장에서 일부 대형사보다 많은 거래에 참여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는 조금씩 조직 규모도 키워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내년엔 주 수익원인 구조화금융(SF) 파트의 영업인력을 보강해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인수·합병(M&A) 어드바이저리 부문과, 다양한 딜을 파생시킬 수 있는 채권 인수 분야도 지속적 관리를 통해 추후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염 전무가 주요 고객군으로 목표하고 있는 기업들은 해운·건설 등 일시적으로 재무상황이 악화한 기업들이다. 현대그룹·동부그룹·두산그룹 등이 이에 속한다. 현실적으로 삼성·현대자동차 등 초대형 그룹의 거래에 참여하긴 어려운만큼 중형 증권사로서 유진투자증권만이 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올 한해 목표했던 실적은 달성했는지


      "올해 목표는 지난 3분기에 모두 채웠다. 현재 3년연속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분기로는 12개 분기 연속이다. 지난해에는 목표치를 낮게 잡은 탓도 있지만 사업계획의 260%를 달성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목표치를 40% 가량 높게 잡았는데, 현재까지 약 130% 수준을 달성했다. 내년도 사업목표는 올해 대비 70%이상 늘어날 계획이다. 회사에서 IB본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 조직 규모를 키우려는 계획은 있는지


      "처음 부임한 이후 내걸었던 슬로건은 '작지만 강한 IB' 였다. 중형사에 걸맞는 규모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재 IB 조직은 4개팀(기업금융·IPO·구조화상품·SF), 총 35명을 3년째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중형증권사에 비해 굉장히 적은 인원이다. 현재 단 한 명의 누수인력 없이 회사가 돌아가고 있다.

      이제껏 기록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져왔기 때문에 내년에는 조직확대와 비즈니스 라인업 구축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내년에 10여명의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3년 내 60여명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비즈니스 라인업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은


      "기업금융파트는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친화적 조직 구성을 위해 인력보강이 필요하다. 현재는 인원이 굉장히 모자른 상황이다. 구조화금융파트는 중형사의 수익적 측면을 고려해 인원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DCM 분야가 부족하다. 중형증권사의 특성상 수익성 위주의 영업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투자대비 성과가 작은 채권은 다루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 주관 등을 통해 파생되는 거래들을 고려하면, 기업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채권본부와의 협업을 통해 은행채와 여전채를 중심으로 매달 2000억원 내외의 채권을 인수하고 있다.

      자문(어드바이저리) 부문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기업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자문 서비스를 하는 수준이다. IB 사업부를 가진 하우스에서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위해서라도 어드바이저 분야를 포기할 수는 없다. 당장 인원을 많이 늘리긴 곤란하지만 조금씩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구조화금융 파트는 수익적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중형사 수익의 70~80%는 구조화금융에서 발생한다. 영업인력 중심으로 보강해 나갈 계획이다. 이 분야가 일부 증권사에서는 돈이 되다 보니 팀 단위로 인력을 뽑아서 구조화금융에 투입하는데, 우리는 기업금융과 구조화금융의 두 개를 큰 축으로 삼고 균형있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공모 거래 건수 면에서 대형사 못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사실 인수단으로 참여한 거래로 따지면 대형증권사들보다 훨씬 많은 거래에 참여했다. 사실, 올해 자금조달이 많았던 금융지주사·건설사 등의 대형 유상증자 1건이면 금액면에서 우리가 진행한 거래보다 훨씬 앞설 수는 있다. 하지만 팀 당 8명, 총 3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조직에서 이뤄냈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다. 내년 초 거래가 마무리될 예정인 기업도 4~5건이 있가.

      공모건수를 비롯해 ECM 분야에서 평균 수수료율이 타 증권사 대비 높다는 것도 내실 있는 영업활동을 펼친 결과라고 평가한다"

      - ECM 분야에서 주로 어떤 기업과 거래를 진행했는지. 타켓으로 삼는 기업이 있다면.


      "대한전선·한진해운·동부그룹·현대상선·두산건설 등 거래를 진행했다. 중소·중견·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주 타켓이다. 갑자기 어려워진 회사들에 일시적 자금지원을 통해 회복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구조조정 회사의 거래라고 해서 리스크가 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스크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즉각 추진한다. 대상 기업을 수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인연을 맺는다고 생각한다. 가끔 고객을 만나면 증권사도 '주거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윈-윈이 중요하다."

      - 유진투자증권은 IPO 전 사전투자를 통해 높은 투자수익을 거둔바 있다.


      "지난해 투자한 엑세스바이오와 올해 FNC엔터테인먼트가 증시에 입성하며 수수료와 함께 사전에 일부 투자한 지분에 대한 투자 수익도 거두게 됐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비상장 지분투자와 IPO를 연결하는 비즈니스모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단 모든 기업에 대해 직접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IPO 주관사가 기업투자에 나서면,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심어준다는 의미보단, 기업관리 부분에서 믿음을 줄 수 있다. 투자자와 주관사 기업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생각이다. 투자기업의 산업군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진 않다. 내년도에는 바이오·엔터·환경 관련 기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 특히 엑세스바이오는 성공적인 IPO·투자사례로 손꼽힌다.


      "엑세스바이오의 상장은 미국에 소재를 둔 기업의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이 서로 제도와 회계시스템이 상이한 부분이 많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임직원들이 세달 가까이 철야작업을 하면서 모든 문제를 풀어냈고, 한국거래소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고 원만한 상장작업이 이뤄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해외기업 IPO에 더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현재 유진투자증권에 해당 국가(미주 전담3명·중국 2명)의 전문인력은 모두 갖춰져 있다. 언제든지 해외기업의 IPO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

      - 현재 진행중인 거래가 있다면


      "올해 상장시킨 유진스팩이 합병심사 청구중에 있다. 해외기업으로는 골프샤프트 제조로 잘 알려진 미국 골프용품 제조업체 아파치골프(Apache Golf)와 주관사 계약을 맺고 내년 하반기 경 본격적인 상장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중국 기업 또한 눈 여겨 보는 곳이 몇 군데 있다.

      - 리스크관리 부서와 마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회사의 리스크관리는 외부에서 보기보다 굉장히 보수적이다. 다만 회사가 주관해 직접 투자를 했던 것 중 실패한 전례가 없는 탓에, 리스크관리가 보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협의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려 노력하고 있다.

      회사의 의사결정시스템이 복잡하지 않다. 부서내부 회의를 거쳐 리스크관리 위원회의 협의체 회의를 통과하고 나면 부회장(대표이사) 최종 결정이 남는다. 대표이사 또한 최대한 빠른 의사결정으로 많이 지원해준다."

      - 올해 두산건설 전환사채(CB)는 배정물량을 모두 판매하지 못했다.


      "두산건설 CB는 청약 당일 300억원 인수물량 중 약 100억원의 실권물량을 인수했다. 이 물량은 상장 첫날 모두 처분했다. 국내 시장 수수료체계 때문에 미달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증권사들도 실권수수료를 비용으로 생각하고, 투자자들도 실권수수료를 녹여서 재 판매될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거래는 수익측면에서 크게 도움이 됐다."

      - 두산건설은 그룹 리스크와 건설업 리스크가 겹쳐 리스크관리 위원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CB는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고, 자신도 있었다. 실권이 나도 처분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건설업종의 경우 추가적인 잠재 부실이 있을 수는 있다. 단 현재 75%정도는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아있는 잠재적 부실은 충분히 극복하고 넘어갈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CB로서의 옵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 부동산 등 구조화금융 파트의 현황은


      "리스크와 수익이 밀접한 관계가 있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힘든 면이 있다. 회사의 한정된 자원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올해 주거단지 한남더힐의 38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 거래를 주관해 수익에 큰 기여를 했다. SF쪽에서도 외화예금, 채권 유동화 등 꾸준한 실적을 보이며 전체적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 내년도 자본시장에 자주 등장할 것 같은 산업군이 있다면


      "구체적인 그룹을 거론하기는 어렵다.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선·철강·해운·건설 업종 위주의 자금소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유진투자증권 IB부서만의 장점이 있다면


      "IB맨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빠른 판단력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다. 우리회사 내에서도 IB본부는 의사결정이 빠른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형 증권사가 다른 증권사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이 중요하다. 리스크관리 부서도 보수적이긴 하지만 괜찮다 싶은 거래에서는 굉장히 빠른 협의가 이뤄진다.

      2011년 두산그룹의 패키지 거래에서 우리 회사에 400억원 가량의 EB를 추가로 인수해달라고 요청이 왔었다. 당시 우리도 인수단에 포함돼 있었다. 우리회사는 부서 회의, 리스크관리위원회, 부회장 전결 등 모든 절차를 30분만에 완료해 거래를 마친 전례도 있다"

      ◇ 학력 및 경력

      - 1961년 출생
      - 1979년 영동고등학교 졸업
      - 1984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198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 1987년 대우증권 종합금융부장, IB부장, 채권영업부장, PF부장
      - 2005년 대우증권 OTC 파생상품부장
      - 2007년 대우증권 프로젝트 금융본부장
      - 2009년 유진투자증권 IB본부장(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