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아이리스 인수 등 연이은 해외 M&A 관심…"대형 M&A가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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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2일 08: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삼성그룹 차원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성장해 온 제일기획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 후광에 힘입어 매출고를 올려 왔지만,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이 가시화하자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처지가 됐다.국내 광고시장에서의 성장여력은 정체된 상태라 제일기획은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다만 제대로 된 M&A 효과를 보기 위해선 중소형에서 벗어나 대형 M&A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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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2조7093억원으로 국내외를 포함해 삼성계열사에 의존하는 매출 비중이 7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의존도가 절대적인 수준이어서 과거부터 계열사 이외의 광고주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최대 매출처였던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내면서 제일기획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에 다양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혜를 봐 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간다면 마케팅 비용 축소가 불가피해 제일기획의 실적 변동성도 커졌다.
황성진 HMC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기획이 가진 리스크는 아직까지 삼성전자가 주요 매출처라는 점"이라며 "향후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에 영향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광고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도 어렵다.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삼성생명 등 그룹 계열사 광고 수주는 주로 수의계약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독려하는 자율 규제 하에 경쟁입찰이 늘어나게 됐다. 국내 광고 시장 자체가 경기불황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규제 문제까지 겹쳐 국내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제일기획은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M&A에 나섰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광고주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제일기획은 지난 11월 영국 광고대행사 아이리스(Iris Worldwide)를 433억원에 인수했다. 해외 M&A에 대한 관심은 2008년 영국 BMB사 지분투자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중국, 미국, UAE 등지에서 총 7개의 광고회사를 인수해 왔다.
시장에서는 제일기획이 해외 M&A를 통해 비계열사 광고주 유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지역에 진출한 해외 법인만으로는 새로운 광고주를 구하고, 규모를 단기간에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각 지역의 광고대행사를 인수함으로써 고객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아이리스 인수합병도 유럽 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까지 해외 영업수익의 24%를 차지하던 유럽 비중이 3분기에는 20%까지 줄었다. 아이리스가 가진 기존의 광고주 네트워크와 인지도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일기획이 그동안 해외에서 인수한 기업들의 규모가 너무 미미해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해 온 기업의 규모는 모두 600억원 미만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방식이나 단가를 고려하면 매출 성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제일기획이 해외에서 인수한 계열사와 해외법인을 합하면 40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TV 등 단가가 높은 광고 시장에 진출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실정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터넷·모바일 광고시장의 성장폭이 크지만 절대적인 규모가 작고, 아직까지 광고주들은 단가가 비싼 TV·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해외 글로벌 광고대행사와 경쟁하려면 각 지역에서 광고단가가 큰 전통적인 매체를 집행할 수 있는 정도의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11월 27일 삼성전자에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2208억원의 실탄을 마련했다. 기존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감안하면 총 5000억원의 여유자금을 보유 중이다.
제일기획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성장하는 전략은 세계적인 광고 회사들의 추세"라며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 문화를 알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M&A의 규모가 크든 작든 역량이 있다고 판단하면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