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 얼마나 찾을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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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4일 16:18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갤럭시 쇼크'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삼성전자가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행기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기술책임자들의 협의체가 만들어졌고, 2년 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 조직도 생겼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도 새로운 조직의 실효성에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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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위원회(Committee)를 발족했다. 김창용 DMC 연구소장(부사장)이 운영책임을 맡고 권오현 부회장 이하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이 참여한다.
이를 통해 사업부 내 기술담당 책임자들이 모여 새로운 연구개발(R&D)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위원회는 수시협의체 성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선사업부는 일명 '24M'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향후 24개월, 즉 2년 내 무선사업부의 새 먹거리를 찾는 프로젝트성 조직이다. 개발 및 상품 전략을 담당하던 노태문 부사장이 전담하는 프로젝트로 무선사업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다.
기존의 무선사업부 내 조직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직군으로 나뉘어 구성됐지만 24M프로젝트 조직은 양 직군을 포함해 상품기획·개발·마케팅 분야에서 인력을 차출해 구성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얼마나 위기의식을 가졌는지를 방증한다. 주력 사업부문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3년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감소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그간 모바일 사업, 특히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에 지나치게 도취해 새 먹거리 찾기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초기단계 불거졌던 '위기론'을 극복했듯, 올해의 부진 또한 털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회사 내부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라며 "새로운 사업을 통해 내년엔 올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 새 조직개편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란 지적이다.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도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 이유론 신설된 조직이 회사 내에서의 위상이 기대보다 낮다는 점이 거론됐다.
최초 논의가 진행됐을 당시에는 선행기술 연구를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연구소 소장이 위원장을 맡아 총괄하는 등 당초 계획 보다는 위상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위원회가 각 사업부 내 이해관계 및 기술개발 등의 조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연구개발(R&D) 담당 관계자는 "사업부내에 선행기술 연구 조직이 각각의 기술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구소의 역할이 크지 않다"며 "CTO의 직함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닐뿐더러 연구소장급이 총괄하는 조직이 각 사업부의 이해관계 및 연구개발에 있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내부의 자원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외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24M프로젝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부의 인원들끼리 얼마나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겠냐는 의견이다.
전직 삼성전자 임원은 "지금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외부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이를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