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기대 깨진 현대글로비스, 정몽구 부자 500만주 다 팔릴까
입력 2015.01.12 18:26|수정 2015.01.12 18:26
    주가 상승 견인한 '모비스 합병' 시나리오 물거품
    거래량 대비 매물도 많아…뉴욕 등 해외 청약 '주목'
    • [01월12일 18:1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내놓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에 대한 시장의 반응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다. 시장에 내놓은 500만주가 모두 소화될 지도 미지수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와의 합병 등을 통해 차세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이같은 전망이 무너지며 투자 가치가 하락했다는 평가다.

      해외투자자들의 호응도가 이번 매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글로비스 주가는 12일 주당 30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글로비스 시간외 단일가는 하한가(-10%)인 27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위해 최대 12%의 할인율을 제시했다. 보통 블록세일의 시가 대비 할인율은 5% 안팎이다. 매각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데다, 글로비스 하루 평균 거래량(5만~10만주)의 100배에 달하는 지분을 일거에 처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높은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한 연기금 투자담당자는 "거래량을 보면 이번에 아무리 싸게 지분을 받는다 해도 투자회수(exit)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매물"이라고 말했다.

      더 큰 이슈는 글로비스의 위상이 격하됐다는 것이다. 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이끌어갈 차세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상 핵심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돼왔다. 현재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설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 1년새 최대 50% 가까이 급등한 주가엔 이런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글로비스-모비스 합병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투자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글로비스-모비스를 합병한다면 정의선 부회장이 합병회사의 지배지분이 될 수 있는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는 "지분 매각이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시장에서 소화가 된다 해도 할인율 밴드 최하단인 12%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비스 지분을 팔면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향으로 (경영권 승계가) 가는 모양새"라며 "글로비스 입장에선 (모비스와의 ) 합병이 추진되지 않는 모양새이니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 블록세일의 결과는 이날 밤 뉴욕 등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북빌딩(book-building)을 거쳐 13일 오전 확정된다.

      아직은 부정적 기류가 대세지만,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단독 대표주관을 맡아 자신감 있게 매각에 나선걸 보면 대규모 지분 매입에 나설 앵커(anchor) 투자자를 구한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