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올해는 물 건너? vs 아직 모른다
입력 2015.01.14 07:51|수정 2015.07.22 10:00
    [Weekly Invest] 8일 매각 유보 발표되며 연내 매각 미지수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재무구조 개선에 시간 더 필요 지적
    여의치 않으면 매물화 될 가능성 잔재…태국 상황이 변수
    • [01월11일 09: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기대했던(?) 홈플러스 매각이 일단 유보됐다. 영국 테스코 발표만 놓고 보면 빠른 시일 내에 불씨가 다시 지펴지기는 쉽지 않을 모양이다.

      5조원 이상의 빅딜을 준비한 사모펀드(PEF) 또는 투자은행(IB)들은 좀 아쉬울 상황이다. 하지만 완전히 기대감을 접어버리기에는 변수들이 많다.

      8일 오후 4시부터(영국 현지 오전7시) 실시된 테스코의 컨퍼런스 콜과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데이브 루이스 회장은 "매각 없이 해외 사업부를 그대로 영위한다"고 밝혔다.

      부연된 설명을 살펴보면 "나중에 바뀔 수는 있다"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음에도 불구, "자산/부채 계정이 담긴 테스코의 대차대조표가 나쁘지 않은데 굳이 해외사업부를 지금 팔 필요가 없다"라는 뉘앙스가 확연히 느껴진다. 각종 인터뷰를 참고하면 파이어 세일(Fire Sale)은 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 급한 상황도 아니라는 표현들도 나온다. 

      소식이 전해진 후.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해온 관계자들은 오히려 덤덤했다. "이런 결론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 "이날 홈플러스 매각 코멘트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진 않았다"는 반응이 섞여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 홈플러스 매각은 한국에서나 메가톤급 이슈다. 하지만 영국 테스코 입장에선 '1순위 결정사항'이 아니다.

      지금 테스코가 관심을 가진 절체절명의 명제는 "어떻게 하면 영국내 사업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고 경쟁력을 높일 것이냐"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시즌 판매성적이 좋았음에도 경쟁사를 이기겠다며 전격적인 '수백여 물품 가격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영국 사업부 CEO도 새로 임명했고 매장수 감소와 비용절감도 덧붙였다.

      다만 투자자들이 관심 가질 '자산매각' 리스트는 통신업체 '테스코 브로드밴드', 비디오 대여점 '블링크박스', 데이타 업체 '던험비' 등으로 줄였다. 이 가운데 던험비 정도만 매각주관사(골드만삭스)를 꼽을 정도로 사이즈(약 20억파운드, 한화 3조2000억 이상)가 된다. 모자란 유동성 간극을 메우고자 "2014~2015 배당을 없애겠다"는 보안책이 포함됐다.

      여기까지만 놓고보면 연내 홈플러스 매각이 다시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이를 준비 또는 기대해 온 대형 PEF나 이들과 함께 일을 하려는 IB들의 실망감이 가장 클 상황이다.

      하지만 '반전 요인'이 적지 않다.

      따져보면 테스코가 그렇게 경영난이 심하다는데, 발표된 구조조정 강도가 예상한것보다는 강하지 않아 보인다. 이익 과다계상과 분식회계로 영국 정부 조사까지 다시 받고 있지만 지금 잘 버티면 해외사업부를 그대로 영위할 수 있다는 모습이 엿보인다.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그래서 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이든, 유럽이든 '돈되는 알짜사업부' 매각을 꺼리는 건 매한가지"라는 촌평도 나온다.

      시장 반응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테스코 전략 발표 바로 다음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테스코 신용등급을 'Baa3'에서'Ba1'으로 강등했다. 'Ba1'이면 투자부적격, 이른바 '정크'(Junk) 등급이다. 이제 테스코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고 비용도 더 들게 된다.

      무디스는 "다른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테스코 수익은 더 나빠지고, 가격경쟁으로 영업이익률도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스코가 발표한 비용감축 계획으로 재무상태가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논평도 잊지 않았다.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이미 작년 10월 테스코 신용등급을 'BBB-', 정크 바로 한단계 높은 등급까지 낮춘 바 있다. 

      외신 반응도 떨떠름하다.

      일례로 블룸버그(Bloomberg)는 테스코의 이날 발표와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을 보도하며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테스코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더 많은 자산매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 "대차대조표를 정상 수준으로 올리려면 (테스코의 발표보다)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다. 자연스레 테스코 뱅크와 아시아 사업부의 매각 등이 그 다음 수순이 될 것이란 전망도 사라지지 않았다.

      테스코의 이번 재무구조 개선안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홈플러스 매각의 불씨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과거 유니레버에 재직하던 2007년 당시 직원 3000명을 한꺼번에 해고한 덕에 '과감한 데이브'(Drastic Dave)란 별명까지 갖춘 CEO가 있으니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어떤 화끈한 결단을 내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해도 테스코로서는 '한국 홈플러스'냐 '태국 테스코 로터스'냐 라는 선택지가 남아있다. 게다가 태국 테스코 로터스는 한국의 삼성 같은 'CP그룹'이 사겠다고 덤빈터라 팔기도 쉽고 가격도 높다. 게다가 태국은 작년 5월 군부 쿠테타가 일어나 과도정부내각이 발생할 정도로 정치불안이 여전하니 엑시트(Exit)할만한 명분도 충분하다. 홈플러스 매각 여부는 당장은 기다리고 지켜 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