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실패로 430억규모 전환사채, NH證(前우리투자증권) 360억원 인수
합병 전 사채권자집회 소집 요청…유니온스틸 전량 인수 결정 후 집회 취소
"광의의 불건전 행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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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월11일 09: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의 합병 과정에서 NH투자증권이 공모 실패로 떠안은 전환사채(CB)를 전량 회사측에 떠넘겼다.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며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을 압박했고 결국 회사는 합병을 위해 NH투자증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투자자 모집 실패 책임을 회사에 지운 NH투자증권은 채권 보유에 따른 위험도 줄이고 조기에 자금도 회수했지만 '주관 책임을 져버리며 기업을 흔들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유니온스틸은 지난해 2월, 일반공모 방식으로 430억원 규모의 제39회차 무보증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대표주관은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 인수단은 따로 구성하지 않았다. 전환가액은 1만4900원으로, 당시 주가가 1만4000원대 후반에서 1만5000원선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해 할인이 없었다.
CB는 일반적인 회사의 발행조건에 비해 발행사(유니온스틸)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됐다. 회사는 전환가액조정(리픽싱) 조항을 ▲주식발행 ▲합병 등과 같은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로만 규정했을 뿐 주가등락에 따른 조정 조항은 제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인수자가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Put-option)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가장 큰 규모였던 두산건설의 CB발행에는 주가에 따라 3개월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하고, 투자자들이 발행 이후 1년6개월 후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바 있다.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같은 투자자 보호장치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니온스틸의 발행 조건이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NH투자증권은 인수단을 따로 꾸리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공모청약과정에서 69억원(16%)가량만 접수되며 나머지에 해당하는 361억원(84%)은 NH투자증권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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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발행이 8개월가량이 지난 지난해 10월2일, 유니온스틸은 모회사인 동국제강과 합병을 결의했다. 11월 28일 열린 주총에서는 합병을 승인했다.
NH투자증권은 합병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39회 CB 사채권자 집회소집을 요청했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총 사채권 금액 3분의 1이상이 참석하고, 참석대상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이 당시 39회차 CB의 84%를 보유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NH투자증권의 의중에 따라 표결이 갈리게 됐던 상황이다.
사채권자집회에서 합병 안건이 부결이 될 경우, 법원의 최종합병 승인이 어렵다.
상법 제232조 2항 및 제527조의 5에 따르면 채권자가 이의신청기간 내에 이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합병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한다. 채권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상법 제439조 3항 및 제530조 2항에 따라 사채권자 집회의 결의가 필요하다.
NH투자증권이 유니온스틸과 동국제강의 합병 열쇠를 쥐게 된 셈이다. 사채권자집회는 회차별로 이의를 제기할 경우 개최하지만, NH투자증권이 대부분을 보유한 39회차 CB만이 유일하게 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탓이다.
사채권자집회를 앞둔 상황에서 유니온스틸의 셈법은 복잡했다. 사채권자집회의 NH투자증권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합병 안을 반대할 경우, 회사의 합병 또한 난항을 겪게 될 처지였다. NH투자증권과 유니온스틸은 이 문제를 두고 몇 달동안 협상 아닌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니온스틸은 사채권자 집회를 1주일 앞둔 12월 18일, 415억원어치의 39회차 CB의 장내매수를 결정했다. 회사의 CB 매수기간은 오는 3월 말까지로, 취득 후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3년만기 CB는 불과 10여개월만에 전액 회수됐고, 만기 이자율 2% 또한 지급됐다.
이후 24일 NH투자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CB의 매각 사실을 공시했고, 같은 날 예정됐던 사채권자집회 또한 취소됐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은 지난해 31일 합병을 마치고 NH투자증권으로 출범했다. 유니온스틸과 동국제강은 다음 날인 1월 1일, 합병을 완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과의 통합 전에 기존 공모과정에서 떠안게 된 부실자산을 발행사의 합병을 미끼로 털어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불건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