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박삼구 '금호그룹 모두 갖느냐 모두 잃느냐'
입력 2015.02.23 09:25|수정 2015.07.22 13:48
    [금호산업·고속매각①]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포함된 금호산업 매각 착수
    우선매수권 보유한 박삼구 회장, 자금 조달 '미지수'
    • [02월05일 10:52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기로에 섰다. 고(故)박인천 회장이 창업해 70년을 지켜온 그룹을 다시 경영하게 될지, 아니면 잃게 될지가 올 상반기에 판가름난다.

    • 박 회장은 그룹이 기업개선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적극적인 사재출연으로 채권단, 특히 한국산업은행의 신뢰를 얻었다. 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인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인정받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행사할 자금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산업은행·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달 30일 금호산업 채권단 보유지분 58%에 대한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오는 25일까지 인수의향서(LOI)를 받는다.

      채권단은 2013년 박 회장의 금호산업 경영 성과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우선매수권의 조건은 '워크아웃 졸업'이다. 채권단은 이번 경영권 매각이 완료되는대로 금호산업을 워크아웃에서 졸업시켜주기로 했다.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이 활성화됐다.

      채권단은 인수 후보들이 제시한 가격 중 최고 가격을 박 회장에게 제시하고, 이 가격에 지분을 매입해갈 것인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 박 회장이 인수를 거부하면 채권단은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일종의 '우선거절권'(RoFR;Right of First Refusal)이다.

      박 회장이 부여받은 우선매수권 대상 지분은 50%+1주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10%는 별도다. 최대 60%까지 금호산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이 채권단과 협의에 따라 인수 지분을 40% 수준으로 줄일 가능성도 열려있다. 물론 이 경우 매각 주식이 줄어드는 채권단 내부에서 이견이 제기될 수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의 100% 지분을 가진 모회사다. 추후 매각 예정인 금호타이어를 제외하면, 금호산업의 경영권 매각은 사실상 금호그룹 전체 경영권 매각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 시장가격으로만 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방법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보유 중인 금호산업 지분 10%와 금호타이어 지분 9%는 전량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있다. 활용 가능한 자산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 출연했다.

      박 회장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지분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 항공법상 외국인 혹은 외국인이 지분 50% 이상을 소유한 법인은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기 때문에(항공법 제6조) 국내 전략적 투자자(SI)가 중심이 돼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지난해 말 하나은행에 이어 올해 초 우리은행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자금이 없을 거라는 게 중론인데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및 차입 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