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인수자금 마중물은 마련했다
입력 2015.02.23 11:05|수정 2015.07.22 13:48
    [금호산업·고속매각②]産銀 담보 지분 최근 담보해제…970억 규모
    예상 인수 자금엔 한참 모자라…투자자로 대상그룹·中기업 등 언급
    • [02월05일 17:4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담보 해제를 통해 금호산업 지분 10%에 대한 소유권을 온전히 되찾았다. 이 지분은 금호산업 경영권 인수를 위한 밑천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이 포함된 금호산업 경영권 인수를 위한 예상 자금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박 회장이 인수 부담을 나눌 백기사를 확보하느냐가 금호산업 매각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지난 2013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금호산업 지분 346만여주(지분율 10%) 전량을 산업은행에 맡겼다. 채권단이 금호산업에 지원한 1200억원의 신규자금에 대한 담보였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이 이 자금을 모두 상환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되면 담보를 해지해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이를 모두 갚았다.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에 나서며 워크아웃 졸업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이를 감안해 박 회장 부자의 주식 담보를 모두 해제했다. 경영 정상화를 조건으로 산은이 묶어둔 자산을 박 회장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회장 부자 보유 지분의 5일 종가 기준 시장 가치는 953억원이다. 일반적인 주식담보대출 비율(60%)을 감안하면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570억여원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규모다.

      자금 동원 능력이 의문시되던 박 회장에게 500억여원 규모의 자금은 힘이 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다만 이 자금만으로는 현재 지분 50%의 시장 가치만 5000억원에 달하는 금호산업 경영권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함께 지분을 매입해 줄 백기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채권단은 지난 2013년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며 '박 회장의 우호적 투자자'인 제3자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허용했다. '무리한 차입인수로 인한 재 부실화 방지'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박 회장의 백기사 후보로는 대상그룹이 우선 꼽힌다.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박 회장의 동생이다. 박 회장이 지난 2005년부터 한중우호협회 회장을 맡고 있어, 중국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언급된다. 대우건설 풋옵션 사태 등의 전례가 있어 국내 재무적 투자자 유치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터미널 내부 현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금호터미널은 지난 2013년 신세계에 광주광역시 건물·부지를 장기 임대하며 전세보증금으로 5000억원을 받았다. 이 중 현재까지도 1500억~2000억원의 현금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는 여러 현실의 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이 금호산업 지분을 취득하면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다.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박 회장이 금호터미널을 인수한 후 자금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의 반대가 예상된다. 금호산업 매각 일정을 생각하면 시간도 촉박하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각 가격에 따라 매각 대상 주식을 줄이는 내용도 매각방안에 포함해두고 있다. 만약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을 30%만 인수해간다면, 시장에서 논의되는 매각 규모의 절반 정도만 자금을 조달해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는 채권단의 승인이 전제 조건으로, 채권은행 사이에서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