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주 기업은행장, 건전성 보다 '정권코드'가 우선
입력 2015.03.11 07:00|수정 2015.03.11 07:00
    KT&G 지분 매각해 중기대출 재원 마련
    "바젤Ⅲ 대비 유동성 및 건전성 관리해야"
    • [03월05일 17:0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은행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자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순이익은 업계 톱 수준으로 올라왔다. 우려의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사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매진하면서 잠재적 부실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KT&G 주식 매각에서 중기대출 확대와 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권 행장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취임 2년차를 맞은 권선주(사진) 행장은 실적 면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기업은행의 2014년 순이익(개별기준)은 전년도 대비 15% 증가한 935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에서 2년 연속 KB국민은행을 앞섰다. ROA(순자산총이익률)은 0.45%수준으로 전년(0.41%)대비 개선됐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권 행장은 내부적으로 목표치 이상의 대출 실적을 행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술금융 등 정부의 코드에 맞춰 중기 대출을 늘리다 보니 잠재적 부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2013년말 135조원에서 143조원으로 늘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2.40%로 국내 은행 평균치를 밑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이 기업은행의 설립 취지이긴 하지만, 정부의 코드에 지나치게 맞추다 보면 위험자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가치를 저해하는 잠재적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부실채권은 대부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기업은행의 최근 행보를 보면 향후 생길 수 있는 부실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젤Ⅲ 도입으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된 만큼 기업은행도 자본 확충을 통한 건전성 강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에는 신세계 지분을 블록세일 방식으로 처분하며 자본금을 확충했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 보유한 KT&G주식 951만485주를 전량 처분하기로 한 결정도 그 일환이다. 2월26일 종가 기준으로 7608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5.27%에 해당하는 규모다.

      바젤Ⅲ에선 매도가능 유가증권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3배로 적용돼 일반적인 대출자산에 비해 위험도를 높게 평가 받는다. 주식을 매각하면 위험자산을 줄이고 현금은 늘릴 수 있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BIS 비율이 높아지면 중기 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은 같은 이유로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주식 93만9000여주도 매각할 예정이다. 평균 21만원에서 거래된다고 가정했을 때 2000억원가량 규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KT&G, 이마트의 지분은 순서에 상관없이 주가가 좋을 때 매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기업은행의 보유 주식 매각은 자산 건전성 향상과 동시에 금융당국의 중소기업 지원 요구가 큰 상황에서 추가 대출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출채권의 경우 유가증권에 비해 위험가중치가 낮다.

      유가증권의 위험가중치와는 별개로 보유 자산을 매각해 대출자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전반에 자본 확충이 최대 화두인데 기업은행이 잠재적인 부실위험이 큰 기술금융 대출을 늘리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하냐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술금융, 핀테크, 신성장산업 자금 지원은 심사와 사후관리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권 행장이 정부 코드 맞추기와 외형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바젤Ⅲ 하에선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를 동시에 해야 한다"며 "설립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현 시점에선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자제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계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국내 은행 첫 여성 은행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권 행장이 박 대통령의 칭찬과 격려에 고취돼 후임 행장은 물론 기업은행에 부담을 주는 과도한 '코드 맞추기'를 경계해야 된다는 지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