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면세점 전쟁 ①]
'요우커' 효과에 면세점 매출규모 증가
신세계·한화 등 면세점 사업 진출…롯데·삼성은 해외진출·M&A
환율·중국정부 움직임에 따른 리스크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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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월05일 10:49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면세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말 그대로 뜨겁다. 성장엔진이 꺼져가는 유통업계는 물론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비유통 기업들까지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요우커(遊客) 열풍에 발 맞춰 신규 진입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늘었다. 기존 선두권 업체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며 글로벌 업체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업계에선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한때의 '붐'에 그칠 수 있단 우려가 공존한다.
◇한화·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면세점 진출 활발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주도하고 있다. 두 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다음으로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면세점과 관광공사면세점이 1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다른 대기업들의 시장진출도 활발하다. 신세계는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면세점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13년 김해공항 면세점과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며 보폭을 넓혔다. SK, 한화,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도 면세점 진출 및 확장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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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사업에 기업들이 몰리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규모는 2010년 4조5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면세점의 매출액은 1조6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력사업 부진도 면세점 진출을 부채질했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 들은 소비 부진과 정부 규제로 주력사업이 힘들어지자 면세점에서 활로를 찾았다. 현대산업개발도 건설업 부진 속에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중소·중견기업들도 면세점 사업에 가세했다. 정부가 중소·중견 기업에 일정 특허비율을 보장함에 따라 이들의 시장진출이 늘고 있다. 화장품업체 참존과 외식업체 엔타스 등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면세점 성장의 일등공신은 이른바 요우커로 지칭되는 중국 관광객들이다. 금융위기 이후 씀씀이가 커진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로 몰려들면서 면세점도 동반 성장했다. 2012년을 기점으로 국내에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인 관광객을 앞질렀다.
입국자 수도 수지만 이들의 소비규모는 다른 나라 관광객을 압도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쇼핑비용 지출액은 1431달러로 1위다. 이는 다음으로 지출이 많은 중동 관광객보다는 600달러가 많다.
유럽, 미국의 면세점 성장은 정체된 상황이다. 반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요우커 효과에 힘입어 전세계 면세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 됐다.
◇선두업체, 해외시장 진출·M&A 추진
국내 시장은 커졌지만 입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달 마무리된 인천국제공항, 제주도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새로운 사업자들이 대거 입찰경쟁에 뛰어들어서다.
국내 면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자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호텔신라는 지난달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화장품, 향수 매장을 열었다. 롯데면세점은 인도네시아, 괌 등 국내 면세업체 중 해외에 가장 많은 사업장을 가졌다.
M&A에도 적극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이탈리아의 WDF(World Duty Free) 인수를 추진 중이다. WDF는 세계 6위 업체로 롯데면세점이 인수할 경우 단숨에 세계 2위 업체로 발돋움한다. 호텔신라는 미국의 기내면세점 업체인 디패스(DFASS)를 인수한다. 디패스는 전세계 기내 면세점 1위 업체다.
면세점 사업은 꾸준히 성장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화 경제권역이 커짐에 따라 중국·한국·동남아 등지를 중심으로 면세 시장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면세점 사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면세업 성장이 예상되나, 환율 및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면세점 사업에 기업들이 몰리고는 있으나, 엔저 지속으로 일본 관광객 수가 급감한 사례처럼 대·내외적인 여건에 의해 사업 환경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