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장밋빛은 어디로…걱정거리 된 케이블TV 시장
입력 2015.04.03 07:00|수정 2015.04.03 07:00
    [Invest Chosun][Weekly Invest]
    2000년대 초중반 투자 집중…미국과 달리 IPTV 위협대상 부상
    가입자 줄고 성장세 둔화…기업가치 상승 기대한 투자자 고민 커져
    • [03월22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10년전 국내 케이블TV 시장은 뜨거운 투자처였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미국업체들의 성장가도가 투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걱정거리가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떨어졌다. 미국시장과 달리 이동통신사가 강력한 위협대상으로 부상했다. 이를 예상 못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국내 케이블TV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건 2000년대 초중반이다.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씨앤앰·CJ헬로비전·현대HCN 등 케이블TV 업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국내시장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절이었다.

    • 특히 투자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둔 미국 케이블TV 업체들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시기이기도 했다.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케이블비전 등의 업체들이 매년 꾸준한 성장과 함께 많은 수익을 내고 있었다. 글로벌 1위 업체인 컴캐스트의 경우 2003년부터 2008년 사이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3배가량 증가했다.

      국내업체들도 비슷한 흐름을 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뚜껑을 열고나니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미국시장과 달리 케이블TV 업체들은 IPTV와 위성방송으로 무장한 이통사들의 공세에 시달렸다. 이들은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결합상품 및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다. 영업망을 전국 각지로 넓혀가며 가입자를 늘려갔다.

      경쟁강도는 심해졌다. 가입자 수도 줄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케이블TV 업체들의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 CJ헬로비전 등 대형사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으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쉽진 않다. 오히려 M&A 이후 재무부담은 늘고 수익성은 정체됐다. 

    • 업계에선 당시 시장 내에서 너무 낙관적인 기류가 흘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시장과 국내시장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케이블TV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국토가 넓기에 사실상 이통사가 전국 모든 지역에 영업망을 형성하기 불가능했다. 초고속 인터넷기술의 발전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이통사의 IPTV가 위협적이지 않았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케이블TV 업체들은 각 지역별로 기반을 두며 성장했다. 디지털 전환, 초고속인터넷·인터넷 전화 등을 통해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을 더 끌어올렸다. 최근 넷플렉스 등 스트리밍 콘텐츠 업체의 등장으로 주춤하기 전까진 큰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미국시장이 잘 된 사례를 보고 국내 케이블TV 업체들에 투자한 곳이 여럿이었는데 오판이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성장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고민이 커졌다.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대형사인 씨앤앰(MBK), CJ헬로비전(세이블아시아), 현대HCN(칼라일), 티브로드홀딩스(IMM PE) 모두 PEF를 주요 주주로 두고 있다.

      최근 매각작업에 착수한 씨앤앰만 해도 오래 전부터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예상 매각가격이 2조원 내외인데, 씨앤앰이 현재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거론되는 가격에 씨앤앰을 사겠다고 나설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 외 케이블TV 업체에 투자한 PEF들도 투자금을 회수하기엔 여건이 안 좋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