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nvest]
연초 대우·삼성·하나대투證 M&A 인력 이탈…내부에서 충원
외국IB 출신 "국내 증권사 적응 실패 사례 많고, 몸 값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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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05일 12:34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국내 증권사들이 때아닌 인수·합병(M&A) 담당 시니어(Senior)급 인력난을 겪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인력 충원 수요가 생겼지만 적당한 인물을 찾기 어려워진 까닭이다.최근까지 하나대투증권과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M&A팀 수장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인력을 영입했지만 모두 내부 승진으로 공백을 메웠다. 시장 관계자들은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에서 마땅히 영입할만 한 인재 풀(Pool)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대투증권은 작년 말 M&A 실장이었던 김정욱 상무가 퇴사했고 함께 있던 천영삼 이사도 회사를 그만뒀다. 외부 인사를 맞이하려 했으나 연봉과 능력 등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하나대투는 시선을 내부로 돌려 투자금융1실 이택준 실장(이사보)에게 M&A실을 맡겼다. 이 실장은 보험사 M&A 자문 경험이 많고, 구조화금융, 인수금융 등 다방면에 능하다는 평가다.
대우증권도 지난해 말 M&A실 새 수장으로 박노훈 본부장을 선임했다. 맥쿼리증권 출신 이재원 전무가 M&A 본부를 전담했지만 회사를 떠났다. 실무를 담당했던 김원진 이사도 자리를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부터 삼성증권 M&A실을 이끌던 이현 팀장도 올해 초 M&A 부티크(Boutique) BDA파트너스로 이직했다. 후임으로는 기존 M&A 실무를 전담하던 김도영 이사를 선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간 증권사 M&A 임원은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수혈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증권사들과 달리 M&A 업무에 특화된 까닭에 줄곧 국내 증권사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그러나 성공 사례는 드물었고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외국계와 국내 IB 사이에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국내 IB들이 외국계 IB의 디렉터 직급을 M&A 헤드로 데려와 M&A 분야를 강화하려는 실험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그 실험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지금은 외국계 인력이 큰 매력을 못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외국계 IB는 M&A 자문 위주로 돌아가지만 국내 증권사는 IB외 여러 부서와 협업을 강조한다"면서 "여기에 적응하는 것부터 어렵다 보니 단기에 실적을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계 IB 출신의 높은 몸값을 국내 증권사들이 감당할 여력도 과거와 달리 크게 줄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자문 인력들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같은 투자업계로 빠져나간 것도 영향을 줬다. 기업이나 PEF의 M&A를 자문을 맡으면 사업 전략과 투자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게 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이직 기회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순 자문 수수료를 받기 보다 직접 거래를 기획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면서 "그렇게 투자 파트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자문사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