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업계, KT 잡자고 빈 곳간 드러낼까
입력 2015.04.10 07:00|수정 2015.07.22 15:21
    [Invest Chosun Column]
    가입자 수 거품 걷어내면 KT 합산규제 점유율 한도 걸린다는 기대
    허수 공개시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 [03월27일 10: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있다. 규제의 타깃은 업계 1위 KT이다. 하지만 실제로 규제에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3년 후에 일몰(日沒)되는 한시적 규제인데다가 KT가 점유율 제한선인 33.3%에 도달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케이블TV 업계에선 '가입자 허수(虛數)'가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 허수는 오래 전부터 유료방송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데 가입자 리스트에만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꽤 된다. 해지는 하지 않고, 요금도 내지 않는 일종의 ‘유령회원’인 셈이다. 최대한 해지를 막으려는 사업자들의 노력(?)이 가입자 거품을 키워왔다는 건 업계 관계자들이라면 다 아는 얘기다.

      부풀려진 가입자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20여년간 꾸준히 쌓여왔기에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정설이다. 일각에선 500만명은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2014년말 기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약 2720만명이다. 이 중 KT의 합산 가입자 수는 약 778만명(28.6%)이다. 허수가 400만명 정도면 KT의 점유율은 33.3%를 넘기게 된다.

      그동안 KT의 독주를 견제해온 케이블TV 업체들이 합심해 가입자 허수를 공개하면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KT 내부에서도 합산규제가 논의될 시점부터 가입자 허수를 의식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가입자 허수가 공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케이블TV 업체들에 있어 가입자 수는 영업능력과 성장잠재력을 말해주는 지표나 다름없다. 이것이 거품으로 판명되면 잃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이다. 특히 주수익원인 홈쇼핑 수수료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케이블TV 업계는 IPTV의 공세 속에 가입자는 줄고 성장성은 둔화된 상태다. 시장의 기대감도 과거보다 떨어졌다. 10년 전 매각가격이 2조원이 넘던 씨앤앰은 현재 매각이 성사될지도 불투명하다. 현재 외국계 후보 몇 곳만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 “굳이 KT 한 곳을 잡자고 악수(惡手)를 둘 이유가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규제는 3년 후 풀린다. KT의 점유율은 매년 1.3%포인트가량 늘고 있다. 이 상태라면 KT가 점유율 한도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몰시점에 규제를 다시 적용할 지도 알 수 없다. 해당내용이 법안에 명시돼 있지 않다.

      당초 ‘5년 후 일몰’을 기대했던 케이블TV 업계는 허탈한 분위기다. ‘3년 뒤 규제 재도입에 대해 논의한다’는 문구라도 넣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어찌될 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초가삼간 다 태울 각오로 가입자 허수를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향후 생존전략에 대한 케이블TV 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