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Ⅲ 추가규제 도입…하나금융, 자본적정성·유동성 관리 이중고
입력 2015.04.23 07:16|수정 2015.04.23 07:16
    [Invest Chosun]
    하나, 외환銀 인수로 부담 커져
    수익성·유동성 동시에 악화
    • [04월16일 09:3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바젤Ⅲ 추가 규제가 속속 도입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규제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관리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 4대 금융지주 중 보통주자본비율 가장 낮아…외환은행 인수 ‘부작용’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바젤Ⅲ 규제의 기준이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전반적인 자본비율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보통주자본비율 7% 이상을 가이드라인으로 요구한 상태다.

      4대 금융지주 모두 가이드라인을 상회하는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가장 양호하다. 그 뒤를 농협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잇고 있다. 하나금융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유일하게 보통주자본비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바젤Ⅲ 규제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업계에선 외환은행 인수를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꼽는다. 4조원에 가까운 인수자금은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임금수준이 높은 것 또한 부담요인이었다. 

      인수효과라고 할만한 변화는 없다. 오히려 수익성은 떨어졌다. 2011년 1조2220억원이던 하나금융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지난해 9380억원으로 줄었다. 3년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모두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는 가운데, 하나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반토막 났다.  

    • 자본적정성 측면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기 어렵다. 총 자기자본비율 및 보통주자본비율 모두 외환은행 인수 후 2년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가 돼서야 2011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에 투자한만큼은 수익을 창출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잘 안 된 것이 컸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문제는 떠올릴만한 대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저금리기조를 비롯한 시장상황상 당장 수익성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증자는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이 현재 검토 중인 신종자본증권이나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 정도가 유일한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강화되는 유동성 규제…기준 맞추려면 수익성 하락 불가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동성 규제도 강화된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적용됐다. 올해 80%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매년 5%씩 기준이 올라간다. 최종 기준은 100%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의 LCR은 90% 중반 수준이다. 100%대인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조금 떨어진다. 2018년부터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도 도입되는 걸 고려하면 안심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크다.

      LCR을 올리려면 현금이나 국채처럼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성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면 과감하게 고유동성자산을 늘릴 수 있으나, 그럴만한 상황까지는 못 된다는 평가다.

      고유동성자산 확충과 수익성 하락 사이의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뾰족한 수를 떠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신 수신정책에 변화를 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LCR을 산정할 때 금융기관이나 대기업보다는 개인 고객의 자금 이탈율이 더 낮게 산정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고유동성자산을 확보할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기에 큰 대안이 없다”며 “소매 쪽 수신에 중점을 두는 식으로 현금유출 포트폴리오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외환은행 인수가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수익성이 더 떨어지면서 과감하게 고유동성자산을 늘리기 어려워졌다. 인수에 많은 자금이 투입됐지만, 빠져나간 금액만큼 충분한 자본은 쌓아두지 못했다.

      외환은행은 상대적으로 소매쪽 수신이 약한 편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외환거래와 기업금융에 특화돼있다 보니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다. LCR 산출시 이탈율이 낮은 요구불예금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흥은행 인수를 통해 영업망을 확대한 신한금융지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흥은행은 점포가 많고 이 중 상당수가 지역별 요지(要地)에 있어서, 단골고객이 많고 요구불예금 비중도 상당히 높았다”며 “외환은행은 이런 측면에선 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적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신경 써야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외환은행 합병작업까지 진행 중이다. 합병과정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입장차로 순탄치가 않다. 하나금융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