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3사 일제히 B급으로 강등
회사채 상환잔액 8600억가량…페럼타워 매각 등으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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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26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업황 부진과 오너 리스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동국제강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유탄을 맞았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B급으로 떨어진 동국제강이 자체 신용도로 자금을 조달하는 길은 사실상 막혔다. 영업현금창출력도 떨어질 대로 떨어져 만기도래 차입금에 대해 자체 대응이 어려워졌다.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매각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 신용등급 B급로 강등…구조적 저수익성 고착화에 재무부담 과중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부터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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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은 NICE신용평가가 열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3월27일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3주 뒤인 4월20일엔 한국기업평가가 동국제강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시켰다. 이들 신평사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해 추가 하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신용평가는 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지난 24일 A-였던 동국제강 신용등급을 두 단계 떨어뜨린 BBB로 제시했다. 거기에 등급전망도 '부정적'을 부여, 투자등급의 마지노선인 BBB-로의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내 신평사들이 동국제강의 등급을 강등한 논리로는 첫째 구조적인 저수익성이 고착화했다는 점, 둘째 수익력에 비해 재무부담이 과중하다는 점이다.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후판의 경쟁 구조는 한층 강화했다. 그 결과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고 2012년과 2014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금창출력을 표시하는 지표 중 하나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개별기준 2011년 4223억원에서 2014년 125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현금창출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과중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부담은 좀처럼 줄 지 않고 있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 투자 등 관계사 출자 부담에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을 통해 충당했다. 그 결과 2014년 총차입금은 개별기준 3조1060억원, 연결기준 5조1554억원에 달한다.
개별기준으로 순차입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2014년말 2조5484억원을 기록한 반면 한 때 1조원이 넘었던 현금성자산은 반대로 감소세를 보이며 50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 직접 자금조달 루트 차단에 본사 사옥 매각…"브라질 CSP 효과는 불확실"
동국제강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철강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횡령과 원정도박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등 '오너 리스크'가 발생했다.
거기에 더해 신용등급까지 B급으로 강등됐다. 1%대 초저금리 시대가 개막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지만, 업황 부진의 B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가뜩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국제강에 있어선 직접 자금조달 루트가 막혀 버린 셈이다.
2015년 4월말 기준 동국제강의 회사채 상환잔액은 8600억원가량이다. 당장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는 외화사모사채를 포함해 2600억원 정도다. 보유 현금성자산을 감안하면 이들 차입금의 자체 상환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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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에 매각되는 동국제강 본사 사옥 '페럼타워'(왼쪽)와 동국제강 브라질 CSP 제철소 전경(오른쪽)
동국제강이 불과 3주 전만 해도 매각하지 않겠다던 페럼타워를 매각하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동국제강은 24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자산 상당수가 이미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이어서 페럼타워가 마지막 보루였고, 지금의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그 카드를 꺼냈다"며 "이제 남은 건 브라질 투자 성과"라고 전했다.
브라질 CSP 고로제철소는 현재 8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완공은 앞으로 1년 남았다. 2016년 상반기 생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브라질 CSP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다만 어디까지나 철강 시황의 턴어라운드가 전제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브라질 CSP가 동국제강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니터링 요소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