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규모…원매자 구하기 어렵고 추가 자구안 실행
등촌동 교육원은 유동성 부족해지면 재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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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월21일 19:06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대한항공이 율도 비축유 기지를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2013년 발표한 자구안에 포함된 매각 대상 자산이지만,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추가 자구안 이행으로 시급히 매각해야 할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채권단과 율도 비축유 기지를 매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율도 비축유 기지를 매각해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율도 비축유 기지는 대한항공이 인천광역시 서구 율도에 보유한 자체 저장시설이다. 항공유 85만배럴을 비축할 수 있으며 대형 유조선을 댈 수 있는 항공유류 전용부두도 마련돼있다. 국내발 항공편의 대략 1개월 치 소요분을 자체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매각하지 않기로 한 건 우선 원매자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율도 기지는 대한항공이 전략적으로 계속 보유해야할 자산으로,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등 시설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매각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까지 기지를 매각하기로 하고 원매자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매각처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 완료되고, 노후 항공기 매각을 '2016년까지 13대'에서 '2017년까지 44대'로 늘리며 율도 비축유 기지를 반드시 매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당초 자구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항공기 엔진 매각(1793억원)과 보유 유가증권 매각(217억원)도 완료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율도 비축유 기지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지 매각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던 서울 강서구 등촌동 교육원도 당장 매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교육원의 경우 대한항공의 유동성이 다시 부족해지게 되면 매각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전에도 교육원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2001년 유동성 위기 때 리츠(REITs)를 통해 800억여원을 조달했다가 2007년 소유권을 되찾아 오기도 했다. 지난 2013년까지도 채권의 담보로 활용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비축유 기지나 교육원 모두 한진그룹이 사용해야 하는 자산이라 세일앤리스백이 불가피한데, 굳이 현 상황에서 금융비용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