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해소하고 계열사별 최대주주 정비 및 합병 동시다발 진행
경영 3세 주 본부장 전면 부상…승계 구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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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12일 15:3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사조그룹이 계열사간 지분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배 주체를 명확히 하는 가운데 3세 경영인인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사진)의 존재감이 부각하고 있다. -
사조시스템즈는 이달 초 사조오양 지분 20.40% 전량을 장내 매각했다. 사조시스템즈가 지분을 정리하며 사조대림이 사조오양의 최대주주(지분율 20.01%)가 됐다. 산업→대림→오양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강화된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사조해표가 사조대림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전 최대주주였던 사조산업이 시간외거래를 통해 지분 2.52%를 사조해표에게 넘겼다. 사조산업은 이 거래에 앞서 보름간 사조대림의 지분 7.94%를 장내 매도해 지분율을 낮췄다.
비슷한 시기 사조오양의 자회사인 사조화인코리아는 사조산업 지분 4%를 전량 장내 매각했다. 이를 통해 산업→대림→오양→화인코리아→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이보다 앞선 3월말에는 사조대림이 사조산업 지분 2%를 전량 장내 매각하며 상호출자를 해소했다.
사조그룹은 지난 3월 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의 합병을 결의했다. 사조오양은 연간 50억~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온 사조남부햄을 흡수하며 실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조남부햄 지분 91.08%를 가진 사조대림은 합병이 완료되면 사조오양 지분 58.19%를 보유하게 된다.
사조그룹의 움직임은 사조오양을 중심으로 식품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사조대림이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도록 안배하고, 이런 사조대림을 계열사 중 가장 매출 및 이익규모가 큰 사조해표가 지원하는 구조로 요약된다.
여기에 주 본부장을 대입하면 그림이 좀 더 명확해진다. 주 본부장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3월 정기주총시즌에 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해표·사조씨푸드 등 주력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주 본부장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사고사한 동생 고(故) 주제홍 씨의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승계하며 그룹 내 지배력을 높였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사조산업에 대한 주 본부장의 직·간접적 영향력은 1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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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 합병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사조남부햄의 2대 주주인 주 본부장은 합병 후 상장사인 사조오양 지분 5%를 확보하게 된다. 이 지분 및 사조인터내셔널(47.28%)·사조시스템즈(51%) 지분을 활용해 사조산업 지분을 승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조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사조산업을 둘러싸고 상호출자와 순환출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비용 소모가 만만치 않다. 사조해표가 사조대림의 최대주주가 되며 지배구조 최하단의 사조화인코리아는 사조산업 기준 고손자회사가 됐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사조화인코리아를 지배구조에서 두 단계 이상 위로 끌어올려야 계속 보유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사조시스템즈가 사조오양 지분을 매각하며 현금화한 152억원의 향방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자금으로 사조산업의 주식을 매입한다면 사조시스템즈를 통한 승계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조의 경우 자본시장과의 소통이 많지 않아 움직임의 저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잇딴 지분 거래와 3세 경영인의 전면 부상은 승계 준비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