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후 제일모직, 삼성전자 지분 처음으로 직접 보유
이건희 회장 지분 승계받으면 이 부회장 삼성전자 영향력 17% 넘어
물산 지배력 강화하고 순환출자 고리 끊어내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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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월26일 11:0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 대부분을 확보하게 된다.오는 9월 합병이 마무리되면 제일모직(합병 후 통합사명은 삼성물산)은 기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를 직접 보유하게 된다. 그룹 지배구조의 중추를 담당하는 제일모직이 처음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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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후에도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지분율 현 23.23%→합병 후 16.40%)이다. 그간 이 부회장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던 삼성물산 보유 삼성전자 지분이 제일모직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산하로 편입된다.
이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현재 0.57% 수준이다. 간접적인 영향력이 더 크다. 제일모직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지배하고, 삼성생명(전자 지분율 7.21%, 특별계정 제외)과 삼성화재(전자 지분율 1.26%)가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였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이 부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삼성전자 지분 13.1%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3.38%를 승계받으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배력 17.1%를 온전히 확보한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삼성전자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건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었다. 시가로 8조원에 달해 이 부회장이 매입하거나 타 계열사에 넘기기엔 자금 부담이 컸다. 승계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시나리오 중 하나로 언급돼왔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분율은 13.65%에 불과했다. 합병 완료 후 통합법인에 대한 이건희 회장 및 3남매의 지분율은 30.18%로 안정적인 지배가 가능하다.
이번 합병은 제일모직이 상장한 지 5개월만에 이뤄졌다. 당초 10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던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이 20조원을 상회하며 합병 후에도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게 전격적 의사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합병 이후 제일모직 및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 등 최대주주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하게 되는 상황에서 기업 분할을 통해 경영권을 외부의 위험에 노출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