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논란]①
삼성물산 1분기 어닝쇼크 이후 합병 결정
美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주주보단 오너일가의 이익에 방점"
실적악화 주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책임론 불가피할 듯
-
[06월05일 16:35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 이미지 크게보기
- 삼성물산 최근 5년간 주가 추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발표에 삼성물산 주주가 이의를 제기했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이익이 배제됐다는 판단에서다.
삼성물산 투자자들은 합병을 앞두고 삼성물산 경영진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이번 합병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촉발점은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 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누구를 위한 합병이냐는 주장이다. 투자자들은 삼성물산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이 보여준 행보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해외수주가 부진한 가운데 국내 주택 사업마저 소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경쟁 건설사들이 지난해 주택 경기가 살아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논란의 중심은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다. 최 사장은 GE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인 최 사장은 2012년 삼성물산 사장 취임 전에는 삼성SDI, 삼성카드 사장을 역임했다. 삼성물산 사장 취임 당시 건설업계에선 건설업과 무관한 최 사장이 건설부문을 맡게 된 데에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최 사장은 취임 이후 삼성물산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사업 비중을 늘렸다. 하지만 국내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 주택사업 비중을 줄인 것이 ‘독’이 돼서 돌아왔다. 올해 1분기 해외매출은 16%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국내 주택부문 매출은 29.2% 감소했다.
이같은 실적은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정한 지난달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의 주가흐름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말 상장한 제일모직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3배 이상 올랐다.
합병시점을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시장에선 올해 1분기 삼성물산이 보인 부진한 실적에 대해 의도적으로 합병을 염두에 두고 망가뜨린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경영진에 불만인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너 일가가 합병을 통해 얻게 된 효과에 비해 주주들이 얻는 실익은 불투명해서다.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그룹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 한주도 보유하지 않았지만,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를 확보해 삼성전자의 지배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와는 달리 일반 주주들이 얻는 실익은 불투명하다. 합병이 결정된 시점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나마 시너지가 예상되는 건설업 역시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삼성물산과 달리 제일모직의 건설부문은 비중이 작고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아서다. 삼성물산이 주택·토목·해외 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가 중심이라면, 제일모직은 캡티브(Captive) 물량 중심의 조경·소규모 빌딩 건축 관리 등에 주력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병이 오너일가를 위한 합병이지 주주를 위한 합병은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삼성물산 경영진은 거듭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매입 등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주가가 가장 낮은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합병비율은 일반 주주보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불만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