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도 주가도"…후진하는 현대차
입력 2015.06.12 07:00|수정 2015.06.12 07:00
    [Invest Chosun]
    판매량 급감에 주가 13만원대 급락…전년比 반토막 수준
    한전부지 투자로 현금성자산·시장신뢰도 ↓
    수직계열화 전략도 실적개선 발목잡아
    • [06월07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주가가 1년 전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도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올해들어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판매부진이 이어졌다. 한국전력공사 부지 매입으로 대규모 지출이 발생함에 따라 현금성자산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대차에 대해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5일 종가기준 13만75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말(24만7000원) 대비 약 44%가량 줄어들었다.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54조원대에서 30조원대로 축소됐다. SK하이닉스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어 준 것은 물론, 4위 한전(시총 약 29조원)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 최근 발표한 5월 판매실적이 저조했던 점이 최근 주가급락을 촉발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저조한 판매고를 기록하자, 5월 이후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점유율 41%대 수성을 위해 '36개월 무이자할부' 등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5월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5만4990대에 그쳤다. 해외 판매량(33만4309대)도 전년 대비 6.1% 축소됐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가 그렇게 공격적으로 영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을 본 투자자들이 현대차에 대한 중단기적 기대감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판매실적도 그렇지만 현대차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떨어진 데는 여러 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올 1분기 별도기준 당좌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은  3조454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여전인 2013년말 기준 현대차는 14조원대 당좌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조원대 한전부지 인수에 대규모 자금이 유출됐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전부지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현금성자산이 크게 감축된 것은 물론 특히 외국인들로부터 회사에 대한 신뢰도도 많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의 SUV 모델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점도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하는 요소로 꼽힌다. 승용차는 엑센트에서부터 아반떼·쏘나타·그랜저·아슬란·제네시스·에쿠스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반면, SUV 라인업은 투싼·싼타페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부터 SUV 신차 개발을 시작하더라도 약 5년간 시간이 걸리고, 공장증설에도 1년반 정도의 시간이 걸려 현재 SUV 성장세 특수를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택한 '수직계열화' 전략도 그룹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오토메이커들은 연비개선을 위해 탄소강·알루미늄 등 기존 철강재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채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철강사인 현대제철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철강재를 대체할 소재를 개발하거나 채택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총 10조원을 들여 고로 3기투자를 완료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지금도 12조원대를 넘는 총차입금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자금을 들여 고로를 투자했기 때문에, 철강재 이외의 소재 개발은 힘들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과 연비경쟁에서 또 한 발 뒤처지는 셈"이라는 반응이다.

      판매량이 부진할 경우, 다른 오토메이커는 공장 가동률을 낮춤으로써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딸려있는 계열사·협력사가 많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현대차 관련 투자자 미팅을 잡기도 쉽지 않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관계자들은 "해외에서는 한전부지 인수결정 이후 현대차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기 때문에, 현지에서 자동차 섹터 담당자는 해외에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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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써봤자 좋은 말을 쓸 게 없기 때문에 아예 리포트 자체를 잘 쓰지도 않는다"고 밝혔다.